[사설] 미국車 안팔리는 게 한국 탓인가

입력 2010-08-08 19:1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미국 관리들의 발언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FTA가 발효되지 않고 있는 것이 마치 한국의 책임인 것처럼 표현하며 양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교역 파트너들이 미국 의회를 핑계로 뒤로 숨는 것에 신물이 났다”면서 “한국은 협상테이블로 나와 진정한 시장접근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추가 협상이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는 자동차, 쇠고기 부문에서 공평한 시장을 제공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 이야기는 한·미 FTA가 애당초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협상이 잘못돼 발효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이 알아서 양보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미다.

한·미 FTA가 지난 2007년 6월 체결된 후 3년이 넘도록 발효되지 못하는 것은 의회 반발 등 미국의 내부 논란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제가 한국에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양보를 압박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자국 자동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을 불공평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제도 문제가 아니라 낮은 연비 등 우리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쇠고기 문제로 2008년 우리나라가 최악의 혼란을 겪었음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추가개방 요구는 동맹국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겠지만, 미국은 실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실효성도 없이 동맹국 정부를 곤경에 빠트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