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남성, 인생 2막 리뉴얼 어떻게… 돌아온 가정생활, 가족관계 설계부터!

입력 2010-08-08 17:49


남성들에게 퇴직은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이다.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은퇴 쇼크’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지만 ‘인생 후반전’을 위한 개개인의 노후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전히 은퇴 이후의 삶을 여생으로 여기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인생은 30-30-30’이란 말이 있다. 30년 공부하고 30년 직장생활 하다가 퇴직 후 30년 동안 논다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길고 중요한 퇴직 후 30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인생의 리뉴얼(renewal·갱신)이 꼭 필요하다.

대부분 퇴직한 남성들은 가정에서 귀찮은 존재로 전락되는 느낌이 들 때 가장 우울하다고 고백한다. 최근 35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김모(인천시 연수동)씨는 “퇴직 후엔 가족과 함께하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아이들과 아내는 외면해요. 그뿐 아니라 ‘왜 집에만 있느냐’ ‘바쁜 우리를 놓아 달라’며 외식 제안에도 모두 핑계를 대고 피합니다. 물론 나가면 친구들이 많지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제 마음을 왜 몰라줄까요?”라고 말했다.

‘일하는 남성’을 전제로 사회관계를 만들어온 남성들이 일하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여성은 직장 외에도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친구 등 1인 다역에 익숙하지만 남성은 다르다. 직장과 직급을 자신과 동일시했던 많은 남성들은 퇴직 후 텅 빈 사회 역할을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은퇴 후 남편을 돌보느라 아내의 스트레스도 높아진다. 일본에서는 은퇴 남편으로 아내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져 신체적 정신적 이상이 생기는 것을 일컫는 ‘은퇴 남편 증후군’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남편은 돈 벌고 부인은 집안일 하는 역할에 익숙해져 있어 퇴직 뒤 갈등이 커지는 만큼 고정적인 역할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두란노아버지학교 상임이사 김성묵 장로는 “퇴직 후 돌아온 가정생활이 사회생활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고 많은 퇴직 남성들은 고백한다”며 “사회는 가족 간, 특히 부부 간 상호협력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들은 퇴직 이후 은퇴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정신과 육체의 건강, 생존의 단계를 넘은 넉넉한 연금, 주거 공간, 마음이 맞는 동반자나 이웃, 한 가지 이상의 취미생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건설적인 철학 등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가정사역가들은 퇴직 후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한 가족관계’라고 말한다. 남성사역 전문가 이의수 목사는 “퇴직 남성들이 자아존중감과 인생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곳이 가족관계이기 때문에 이들의 가족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자녀들은 이미 학업과 결혼을 위해 가정을 떠나고 아내와 단 둘이 남겨진 가정생활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주고 공감하는 대화법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 목사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소망관 201호에서 ‘퇴직 남성들을 위한 특강’을 인도한다. 강연을 통해 ‘퇴직 이후 아내와 행복하게 지내는 법’ ‘행복한 노후,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되는 방법’ 등을 제안한다. 58∼70세의 퇴직한 남성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02-3479-7576).

■ 퇴직 남편을 위한 부부행복 5계명

이의수 목사는 “부부가 앞으로 마주하며 살아야 할 세월이 20∼30년이라면 결혼할 당시의 긴장감 이상으로 새로운 생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목사가 제안한 퇴직 남편을 위한 부부행복 5계명이다.

1. 배우자를 새롭게 사랑하라

부부는 서로에게 준 상처도 많지만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눈 동반자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 처음 사랑을 회복한다. 빈둥지증후군에 시달리기보다 서로를 새롭게 사랑하고 존경하다 보면 신혼의 즐거움이 회복된다.

2.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살펴주라

일이 전부였던 남편이 일에서 떠난 후의 심정,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희생한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 주자. 남편의 퇴직 이후 심리적 변화와 아내의 갱년기 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갈등하게 된다. 서로를 충분히 헤아려 주는 ‘헤아림’에서 행복이 시작된다.

3. 남편이 집에서 시간 보내는 법을 가르치라

퇴직한 후 집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가정 안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은 아내들이 전문가다. 남편들이 가족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법을 이제는 아내들이 멘토링하라.

4. 대화의 물꼬를 새롭게 재정비하라

대화 없는 퇴직 이후의 부부관계는 인생의 사막과 같다. 남성들이 아는 것은 먹고살기 위한 생존 대화법이지 갱년기 아내를 위로하고 감동을 주는 대화법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대화방식을 새롭게 개발하라.

5. 서로에 대한 감사를 회복하고 의미 있는 삶으로 전환하라

감사가 떠난 자리에는 불평과 원망만이 가득하다. 서로에 대한 감사를 회복하는 일은 신혼의 즐거움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외모가 아니라 마음으로, 소유가 아니라 가치 있는 삶으로 새롭게 부부의 미래를 재설계하라. 성공을 위한 삶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인생으로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