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또 유찰… 남들 웅크릴 때가 내집마련 기회

입력 2010-08-08 21:35


여름철은 전형적인 주택시장 비수기다. 하지만 비수기를 노려 부동산 경매를 잘 활용하면 의외로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

◇비수기지만 좋은 물건은 있다=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은 한산했다. 실내 공간은 또각거리는 구두소리와 직인 찍는 소리가 울릴 만큼 조용했다. 지난해 여름엔 경매법정 200석이 꽉 들어찼고 복도까지도 사람들이 넘쳤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경매는 11시 10분부터 입찰봉투가 개봉되면서 최고가 매수인이 호명됐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응찰자수는 5만75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결합된 결과다.

응찰자가 줄었다고 해서 괜찮은 물건을 싸게 구할 수 있다는 경매의 장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실제 이날 서울 신림동의 한 연립주택은 9명이 경쟁에 참여해 2억95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가 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5% 싸게 산 셈이다. 감정가가 6억3000만원인 서울 도곡동 진달래아파트는 5억450만원에 낙찰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여러 차례 유찰되는 물건이 많은 것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은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의 낙찰비율이 4달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낙찰물건 가운데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많다는 것은 부동산 침체의 증거다. 특히 2회 유찰되면 최저가는 감정가의 64%까지 내려가는 등 유찰 횟수가 늘수록 최저가도 내려간다. 업계 관계자는 “투기세력이 줄면서 불필요한 경쟁이 사라졌기에 내 집 마련이 목표인 실소유자에겐 더 좋을 수 있다”며 “특히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매, 이것만은 꼭 지켜라!=경매는 싼 값에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손실 위험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6가지는 꼭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먼저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업계에선 감정시점과 입찰날짜가 보통 5개월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법원 감정가는 참고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감정평가서를 볼 때 평가 시점을 확인한 뒤 이후 시세 변화를 함께 고려해 입찰가격을 써야 한다.

시세를 파악했다면 다음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등기부상의 권리관계, 임차인의 대항력 여부를 따지는 권리분석은 ‘경매의 시작’으로 불린다. 권리분석이 허술했다간 임차인의 보증금을 낙찰자가 물어주는 등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는 현장조사와도 연결된다. 온라인 시세, 정보만 믿고 현장답사를 생략하면 낭패다. 수리비나 미납된 관리비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고 같은 아파트라도 로얄동, 로얄층이 있으니 현장은 꼭 봐야 한다.

시간, 자금 계획은 여유가 넉넉할수록 좋다. 특히 이사 날짜를 받아둔 상태에서 경매로 집을 알아보는 건 매우 위험하다. 또 경매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치르는 일반 거래와 달리 낙찰시 10∼20% 정도 보증금을 내고 낙찰 45일 이내에 잔금을 처리해야 하기에 어떻게 자금을 동원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둬야 한다.

경매의 최후 단계는 물건을 넘겨받는 것. 하지만 종종 기존 점유자를 내보내야 할 경우가 있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와 타협이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잔금을 납부하면서 인도명령신청이나 강제집행 등의 제도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