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요가로 살빼겠다고? 물만 빠질걸
입력 2010-08-08 17:36
“요즘 살이 너무 쪄서 고민입니다. 핫 요가가 다이어트에 굉장히 좋다고 하던데…. 주위에 핫 요가를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일반 요가 보다 확실히 살 빼는 효과가 큰지 궁금합니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지식인 코너 등에는 이처럼 ‘핫 요가’에 대한 질문이 많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다이어트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이다. 일부 연예인들이 핫 요가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핫 요가 학원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핫 요가는 요가 발상지인 인도의 환경을 그대로 옮겨와 실내 온도 38도의 전용 스튜디오 안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26가지의 요가 동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전체 동작 중 반은 선 자세에서, 반은 누운 자세에서 진행된다. 고온 환경에서 체온이 올라가면 조직의 탄성이 커져서 근육과 관절 등 뻣뻣해져 있던 몸이 유연해지게 된다. 또 혈액공급이 원활해지고 근육 등에 에너지 공급도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 핫 요가협회 등은 이를 통해 질병과 부상 예방, 노화 지연, 스트레스 해소, 체내 독소 배출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핫 요가를 찾는 주된 이유도 바로 체중 감량이다. 하지만 핫 요가로 진짜 살을 뺄 수 있을까? 정답부터 얘기하면 ‘아니오’이다. 초보자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살 빼기보다 수분을 빼는 기능이 더 크다. 웬만해서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도 38도 환경에서 1시간 이상 운동하면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신건강인센터 유태우(전 서울대 의대 교수) 박사는 “핫 요가의 체중 감량 효과란 사실 살 빼기가 아니라 물 빼기의 결과”라면서 “계체량을 맞추지 못한 권투 선수가 사우나를 통해 1∼2시간 만에 2∼3㎏을 감량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핫 요가를 하면 보통 1∼2ℓ의 땀을 배출하게 된다. 요가 후 바로 체중을 쟀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몸의 지방이 태워진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배출된 땀 때문이란 것. 몸에서 빠진 물은 바로 보충되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이나 다음 요가 전에 체중을 재보면 원상 복구돼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문제는 땀 배출을 통한 물 빼기를 반복하다 보면, 만성 탈수 상태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체내 수분이 1∼2% 정도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갈증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만성 탈수 현상은 갈증을 배고픔과 혼동해 음식을 더 먹게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핫 요가 지도자들도 탈진을 대비해 500㎖ 생수 한 병 정도를 갖고 들어가 중간에 마시는 것을 허락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땀 배출량이 공급량 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수분 보충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이 핫 요가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신진대사 속도는 빨라지고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심혈관계가 약하거나 고혈압,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디스크나 관절 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한 후에 시행할 필요가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하인혁 원장은 “핫 요가를 하면 몸에 열이 나면서 관절이나 근육이 유연해지기 때문에 운동 중 관절이 이완되는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관절이 자칫 과도하게 꺾일 경우 주위 조직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수분 결핍 현상은 곧 피부건조증을 유발, 노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목동고운세상피부과 이남호 원장은 “더운 곳에서 운동하면 피부 내·외부의 열기에 의해 수분 증발이 가속돼 예민한 피부의 경우,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며 땀의 배출로 인해 모공이 장시간 확장돼 탄력을 잃기도 쉽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