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집 큰며느리 뮤지컬 배우 됐네… 장은주 ‘웰컴맘’으로 데뷔

입력 2010-08-08 17:25


평범한 촌부(村婦)가 뮤지컬 배우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주인공은 몇 해전 TV에 출연해 ‘밀양 며느리’란 애칭을 얻으며 유명세를 탔던 장은주(31·사진)씨. 장씨는 뮤지컬 ‘웰컴맘’에 출연하며 마침내 꿈을 이뤘다.

최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만난 장씨는 처음 무대에 선다는 감격에 들떠 있었다. 경남 삼량진의 정미소집 맏며느리인 장씨는 어려서부터 뮤지컬가수를 꿈꿨지만 일찌감치 남편과 결혼하면서 꿈을 접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농사일을 하는 일상은 배우의 길을 허락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장씨는 매일 아침 산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꿈을 놓지 않았다. 어느 날 남편이 “할라카믄 제대로 하든지”라며 음대에 갈 것을 권했다. 장씨는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동아대 성악과에 입학해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웰컴맘’ 오디션 공고가 뜨자 망설임 없이 응했다. “특기를 적어보라 길래 설거지, 빨래, 농사일 등을 종이에 넘치도록 빼곡하게 적었어요. 그런 걸 썼는데도 오디션 기회를 주시더라고요. 나처럼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안 필요할 텐데도 오디션도 한 시간씩이나 꼼꼼하게 보시면서 뽑아주셨어요.”

장씨는 “오디션에 합격한 날 아이들이 ‘우리 엄마 뮤지컬에 당첨됐다’고 펄쩍 뛰며 기뻐했다”면서 “아이들 말대로 합격이라기보다 당첨이라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면서 겸손해 했다.

연습 초기에 밀양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던 장씨는 요즘 다른 배우의 집을 옮겨 다니며 ‘메뚜기 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은 불편하지만 꿈을 이뤘다는 행복은 그런 불편함과 비교되지 않았다. “산에서 소, 돼지, 고양이 앞에서 노래했던 내가 사람 앞에서 노래를 하니 어색한 감도 있지만 행복해요. 동물은 반응이 없지만 사람은 반응이 있잖아요.”

뮤지컬 ‘웰컴맘’은 집을 잃게 된 입양아들이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엄마 찾기 오디션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장씨는 ‘웰컴맘’에서 여러 가지 배역을 소화하는 멀티맨을 하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장씨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그다. “주인공이 빛나고 좋긴 하지만 이런 역할이 있어야 주인공이 빛나잖아요. 이걸 잘하면 나중에 주연도 할 수 있겠죠?” 뮤지컬 ‘웰컴맘’은 1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된다(02-543-7352).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