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그들이 온다… 피아노 거장 라두 루푸·이미지 연극의 대가 로버트 윌슨 방한

입력 2010-08-08 17:25


세계적인 거장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큰 대작이나 유명 아티스트의 방한이 뜸해 침체기에 빠진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괴짜 피아노 거장

루마니아 출신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10월 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라두 루푸는 언론과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는 피아니스트다. 게다가 공연장에서 그의 무대 매너는 투박하기까지 해 괴짜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클래식 팬과 평론가 사이에서 베일에 싸인 신비한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의 연주 실력은 이미 국내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 여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열두 살에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으로 정식 데뷔를 했다. 1966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69년 리즈 국제 콩쿠르 등 다수의 콩쿠르를 휩쓸었다. 96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음반으로 독특한 서정성과 완벽한 연주 실력을 인정받아 그래미 상을 받았다.

라두 루푸는 특히 19세기 독일, 오스트리아 작곡가에 대한 해석이 탁월하다고 인정받고 있다. 슈베르트, 브람스, 베토벤 연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동시에 현대 작곡가인 야나체크와 바르톡의 연주로도 정평이 나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야나체크, 베토벤,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02-541-3183).

◇이미지 연극의 거장

이미지 연극 연출의 대가인 로버트 윌슨이 10년 만에 한국 팬들을 다시 찾는다. 윌슨은 9월 24∼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를 통해 자신만의 연출과 연기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 연극은 톡특한 1인극이다. 한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수년간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와 함께 대화를 진행시키는 형식으로, 움직임, 조명, 소리가 고도로 세부화 되고 엄격하게 통합된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순수 예술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윌슨은 다양한 미디어를 결합시키고 움직임, 춤, 조명, 무대 디자인, 조각, 음악, 텍스트를 통합시키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밖에도 올해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에는 다양한 국내외 우수 공연이 선보인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작을 포스트 모더니즘적으로 해체, 재구성한 헝가리 빅신하즈 국립극장의 ‘오델로’와 독일 칼스루에 발레단의 현대발레 ‘한여름 밤의 꿈’, 일본의 ‘트래디셔널 교겐’ 등 다채로운 해외초청 공연예술이 펼쳐진다. 국립극장 전속단체들도 신작과 인기 레퍼토리로 페스티벌의 무대를 채운다. 개막작인 ‘Soul, 해바라기’는 한국 전통 무용을 바탕으로 독일의 재즈 음악을 결합, 배정혜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은 인기 레퍼토리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어부사시사’는 고산 윤선도의 동명의 시조를 국악칸타타로 만든 작품이다. 관현악단 전원이 참여, 서양 현악기와 시립합창단 40여명, 테너와 바리톤이 협연하는 황병기 예술감독의 대규모 야심작이다.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은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린다(02-2280-4114).

김준엽 기자,노자운 대학생 인턴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