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홍 CTS기독교TV 사장 인터뷰-"영상선교사의 삶을 살겠습니다"

입력 2010-08-08 15:08


[미션라이프]“마지막 봉사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뉴스메이커’ 구본홍(59·광림교회 권사) CTS 기독교TV 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지난달 15일 취임식에서 구 사장은 “2006년부터 1년 넘게 CTS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잠시 연단의 시간들을 지나 다시 한번 순수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서울 노량진동 CTS 회의실에서 만난 구 사장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2시간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은혜’ ‘기적’ ‘사명’이란 말을 쏟아냈다. 3년을 돌아 다시 CTS에 온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문을 열었다.

2005년 MBC에서 퇴직하고 그는 여러 곳에서 “모시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기도하던 중 당시 감경철 사장(현 CTS 회장)으로부터 “CTS가 거듭나려고 하는데 도와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크리스천으로서 전파사역을 동역하자는데 거절하기 어려웠다는 구 사장. 그러나 마음 한편으론 세상적인 잣대에 흔들렸다.

“감 사장을 만나 거절의사를 밝히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지요. 다짜고짜 아들은 ‘아버지, 돈 많이 주는 회사하고 CTS를 놓고 고민하시지요? CTS에 가서 봉사하세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순간 ‘하나님께서 나보다 믿음이 좋은 아들을 통해 응답하셨구나’라고 생각하고 영상선교사로 헌신하게 됐지요.”

그런데 오래가지 못했다. 구 사장은 2007년 6월 CTS를 그만두고 고려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당시 대통령선거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방송특보를 맡았다. 자문역할이었을 뿐, 정치인으로 나선 것도 아닌데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다. 30년 넘게 뉴스 전달자로 살아온 그가 하루 아침에 뉴스메이커가 됐다.

2008년 7월 YTN 사장에 선임된 이후 그는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며 노조로부터 출근 저지를 당했다. 출근 시도 2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심정이 어땠을까. 구 사장은 이내 “내가 왜 CTS에서 나왔는지, 계속 있었어야 했는데…”라며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출근 저지로 부대끼고, 사장실에 갇혀 있으면서 ‘이 연단의 시간을 잘 극복하자’고 내내 다짐했습니다. 한번은 열흘간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혼자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 5:7)는 말씀을 읽는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들어왔어요. 아내가 1층 커피숍에서 기도하고 돌아간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동안 매일 회사에 나와 기도를 했던 겁니다. 저와 고통을 함께 해야 하나님께서 빨리 응답해주실 것 같다면서요. 결국 하나님께선 모든 걸 해결해주셨습니다.” 극적인 노사합의를 이뤄내고 그는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사실 이번에도 CTS 사장에 취임하며 그는 또 다시 뉴스메이커가 됐다. 현 정권과 연이 닿아 있는 구 사장의 역할을 바라고 CTS에서 영입한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 이에 대해 구 사장은 “감 회장이 어려울 때 CTS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노력들은 다 잊고 침소봉대한 것”이라며 “이곳에 다시 올 땐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내가 정치를 할 생각이 있었으면 벌써 했을 것”이라며 “언론인은 정치를 해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1974년 MBC 기자로 입사해 정치부장 뉴스앵커 등을 지낸 구 사장은 무신론자였다. 93년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으로 한 차례 수술을 치르고도 몸이 낫지 않아 그는 죽음의 문턱에도 서보았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기적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했다. 구 사장은 “다른 병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검사해 1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났다”며 “침대에서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도 모르게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쳤다”고 말했다. 구 사장의 부인은 이미 남편 몰래 광림교회를 다니고 있었고, 홀로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눈물어린 기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구 사장은 ‘마지막 사명’을 재차 강조했다. 언론인으로서 평생 냉철한 시각으로 세상을 평가해왔지만, 이젠 좀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한다. 직접 위성 안테나를 들고 오지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일방적인 방송이 아닌 이웃, 세상과 소통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나눔과 섬김의 영상선교사로 순수 복음방송 사역을 감당하겠다고 다짐했다.

◇구본홍 사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MBC 사회·국제·정치부 기자를 거쳤고, 뉴스데스크 앵커, 정치부장 보도제작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지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한국방송기자클럽 운영이사,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 아시아기자협회 부이사장, 고려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 중.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