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개입 단서 잡았나? 부담 줄이기 ‘면피용’인가?…이영호 前비서관 소화 배경·수사방향

입력 2010-08-06 22:09

검찰이 민간인 사찰의 윗선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6일 소환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야당은 이 전 비서관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몸통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전 점검1팀장인 김모씨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로서는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조사 없이 이번 수사를 종결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원관실 외에 이른바 ‘몸통’에 대한 사법처리를 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 할 경우 봐주기 수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전 비서관 소환은 곧 그가 사찰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와 있는 자료를 토대로 불러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여러 참고인 진술과 물증을 분석한 결과 민간인 사찰이 단순히 익명의 제보가 아니라 내부 첩보 또는 상부 지시에 의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물론 소환조사를 받은 이 전 비서관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아직 비선 보고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 전 지원관과 이 전 비서관은 평소 친분 때문에 교류가 잦았을 뿐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보고 또는 지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지원관이 지원관실 업무 보고차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들어갈 때면 이 전 비서관 사무실에 자주 방문하는 등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정보 공유 등은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게다가 이 전 비서관이 2008년 지원관실 소속 직원들의 워크숍에 참석했다는 진술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미 나왔다. 따라서 검찰은 지원관실이 민간인 사찰을 하는 과정에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이 전 비서관이 이런 행위들을 지시 또는 공유했다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 소환조사에 앞서 총리실과 청와대 간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을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이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한다 해도 민간인 사찰의 비선 보고라인과 개입 여부 등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른바 윗선 대신에 이 사건과 관련한 고소·고발건 수사 마무리에 주력하자는 의견도 검찰 내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노석조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