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멜라트銀 조사 매듭”… 내주 제재 초안 나올듯

입력 2010-08-07 00:19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부터 실시한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정기검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금융당국은 4년마다 하는 정기검사라고 설명하지만 각종 불법성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높다. 핵과 관련된 자금세탁이 확인되면 처벌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2007년부터 멜라트은행을 주목했다. 테러리스트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고, 핵무기 개발 관련자금을 세탁했다는 혐의 등을 두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은 이란해운회사(IRISL)와 이란석유화학회사(Iran Petrochemical Commercial Company)의 한국 지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란 제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어느 수위까지 제재할지 고심 중이다.

6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검사 결과를 분석 중이다. 이르면 다음주쯤 결과에 따른 제재 초안을 잠정 결정해 부처 간 협의를 벌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법 시행규칙이 나오는 10월까지 최종 결정을 유보할 수 있다.

멜라트은행은 멜리은행, 사데라트은행과 함께 이란의 3대 국영은행이다. 2008년 3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427억2205만 달러(49조8780억원)다. 해외 지점은 중동지역(터키 3곳, 아르메니아 1곳)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하면서 자금세탁 등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다고 보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관련 기록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전혀 알 수 없다”면서도 “만약 핵과 관련된 자금세탁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현행법에 따라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중 등 협박 목적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는 핵 관련 자금의 지급·영수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거래 상대방을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영업점 폐쇄, 영업 인가 취소, 영업 정지 등이다. 미국이 자산동결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란과의 경제관계, 국내 업계 사정 등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우리 대기업 20여곳, 중소기업 2000여곳과 거래하고 있다. 원유 수입, 합성수지·자동차부품·가전·철강제품 수출 관련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란에 대형 건설·플랜트 공사가 많아 관련 대기업과 협력업체도 진출해 있다. 공사·수출대금 등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입금되기 때문에 금융거래가 중단되면 타격이 크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