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사장 선임 해프닝 연속

입력 2010-08-06 22:36

‘외압설’ 의혹 속에 방영민 현 사장을 1년 연임키로 한 서울보증보험이 이번엔 정관을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

6일 서울보증보험 및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등에 따르면 방 사장 임기를 1년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달 말까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을 바꿔야 한다. 현재 정관에는 사장 연임에 대해 ‘대표이사의 임기는 3년’이라고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 사장추천위원회는 앞서 5일과 이날 각각 회의를 열고 사장 공모 및 재공모를 거쳤지만 적임자가 없다며 방 사장이 1년간 연임한 뒤 다시 사장 공모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1년 연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관을 개정하지 않으면 방 사장은 다시 3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사추위 결정이 났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임시 주총을 열어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해프닝이 1년 뒤에도 똑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5월부터 이어진 공모와 재공모 과정에서 사장직에 도전한 보험권 인사는 18명이었지만 모두 탈락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1년 뒤 다시 사장 공모를 한다 해도 적임자를 가릴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하는 시각이 많다. 1차 공모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동지상고 동문인 정연길 감사를 사장으로 앉히려다 정치권의 KB금융지주 인사 개입 논란으로 무효화되자 재공모와 현 사장의 1년 연임 등으로 시간을 버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서울보증보험은 경영난으로 무려 12조여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상환해야 할 자금만 8조원에 달하지만 정부 고위층 눈치보기식 사장 공모 때문에 헛바퀴만 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로라하는 인사들을 탈락시키고 정작 재공모 당시 지원서를 냈다가 탈락한 현 사장을 연임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