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사실상 무산

입력 2010-08-06 22:33

총사업비 31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 도시개발 사업인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사실상 좌초됐다.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들은 6일 용산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 컨소시엄 이사회에서 KB자산운용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사업 정상화를 위해 내놓은 중재안을 거부했다. 이들은 “17개 건설투자자에게만 9500억원의 지급보증을 요구한 것은 지분에 따라 책임을 분담하는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드림허브 출자사인 롯데관광개발과 KB자산운용, 푸르덴셜 등은 지난달 21일 건설투자자의 지급보증 규모를 2조원에서 9500억원으로 줄이고 출자 지분별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 등을 담은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땅 주인인 코레일은 건설사들이 중재안을 받아들일 경우 토지대금 분납이자 납부 연기 등을 약속했지만 건설사들의 거부로 무의미해졌다.

김흥성 코레일 대변인은 이사회를 마친 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며 “이제는 프로세스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밟을 수 있는 ‘프로세스’는 ‘최고 통지 30일 이후’인 오는 20일부터 계약해지를 하고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조차 포기한 상황에서 새 사업자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은 지난달 20일 드림허브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을 미리 통보하는 ‘사업협약상 의무이행 최고’를 통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중재안이 거부됐으니 다른 안을 찾아 계속 협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투자자들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지금 계획대로 진행해봐야 손실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태도 변화 가능성은 낮다.

업계에선 이번 사업 파행으로 기회비용을 포함해 3조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부동산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파국을 막으려면 용산사업을 한강르네상스와 연결시키고 있는 서울시 등 공공부문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