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특수 사라진 학원가… “정부 대책 약발” vs “일시적인 현상”

입력 2010-08-06 18:16


올 여름 학원가에 방학특수(特需)가 사라졌다.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목동, 노량진 일대의 학원들은 줄어든 학생들로 울상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는 학원 교습시간 제한과 불법영업 신고포상금제(학파라치), 수학능력시험 EBS 강의 연계 강화 등의 사교육 경감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난이나 사교육 형태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라진 방학특수=목동에서 5년째 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47) 원장은 요즘 고민이 깊다. 학원 교습비상한제 시행으로 가뜩이나 운영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들어서는 학생 수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특수를 기대하며 우수 강사진을 대거 영입했지만 학원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은 뜸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원생 수가 3분의 1로 줄었다”며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형 학원의 처지도 비슷했다. 노량진 비타에듀 김철안 이사는 “여름방학에 예년만큼 학생들이 몰리지 않는다”며 “돈 있는 학생들은 집에서 고액과외를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학교에서 방과후학습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 메가스터디 관계자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잡아두는 시간이 많아지고 온라인 강의를 개설하는 곳이 늘어나 대형 학원들이 전반적으로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사라진 학원가 방학특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여실히 반영됐다. 방학 때 좋은 학원을 찾아 상경하는 학생들로 사교육 중심가의 고시원, 원룸, 자취방은 언제나 만원사례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치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매년 여름철 단기 하숙을 원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많았지만 올해는 그런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교육 경감대책 효과” VS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정부는 이 같은 현상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사교육 경감대책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사교육 없는 학교’ 추진위원장인 한국교원대 김명수 교수는 “각 학교가 일제고사를 위해 방과후학습을 강조하면서 참여 학생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EBS 교육방송의 수능 출제비중 증가로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효과의 지속성에 의문을 던졌다. 짧은 시간 다양한 대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나타난 단기충격 효과라는 것이다. 영남대 김재춘 교수는 “사교육 열풍의 원인이 입시과열에 있는 만큼 정부 대책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이 다양한 형태로 분산됐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으로 수능시험 외에 다양한 활동이나 이력 등이 중요시되면서 사교육 형태가 기존 보습학원 형태에서 체험학습 등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목동의 B학원장은 “학원가에서는 이미 EBS 강의를 분석해 활용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학원을 폐업한 사람들은 오피스텔을 얻어 과외 형태의 공부방을 운영하는 등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광호 교수는 “정부의 공교육 강화정책보다는 지속적인 경제난에 따른 중산층의 생활고 악화가 올 여름 학원가 침체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전웅빈 최승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