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목] 40조원대 갑부, 알고보니 부녀 사기단

입력 2010-08-06 18:13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6일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며 위조된 외국계 은행 지급보증서를 주고 약 30억원을 받아챙긴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이모(54)씨를 구속하고 이씨의 딸(28)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부녀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독일 교민과 국내 중소기업 대표 7명을 상대로 “300억5000만 달러(약 42조원)를 외국계 은행에 예치해 놓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지급보증서를 발행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속여 수수료 명목으로 29억7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HSBC은행 명의로 된 가짜 지급보증서를 피해자들에게 주고 수수료로 액면가의 1%씩을 받아 챙겼다. 전문가 행세를 하기 위해 독일에 ‘EBII(European Bank Instrument Investment)’라는 이름의 금융투자회사를 세우는가 하면 몬테네그로에는 자본금 2유로(3600원)로 ‘밀레니엄 뱅크 그룹’이라는 유령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 독일의 특급호텔에서 ‘HSBC 은행 42조원 투자 유치 기념행사’를 여는 등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대출한도나 담보능력이 부족해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부녀가 고급 호텔에서 각종 행사를 열고 40조원대 재력가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현재 서울 동대문구의 16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며 “일부 피해자는 아직까지 자신들이 사기당한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