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난 여야 ‘신사 대변인’ 조해진·우상호… 독설 없었다, 부드럽게 통했다

입력 2010-08-06 22:07

‘신사 대변인’으로 불리던 한나라당 조해진,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이 이번주 모두 물러났다. 두 사람은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상대를 뜨끔하게 만드는 명대변인은 아니었다. 체질적으로 독한 말을 못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대변인상(像)과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합리적인 언어와 진정성을 갖고 상대 당은 물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 전 대변인은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서 ‘좀 더 세게 해라’ ‘(야당을) 박살내라’는 얘기를 끝날 때까지 들었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당 지도부가 비공개 회의 때 “대변인이 좀 독해야 하는데, 너무 유하다”며 그를 ‘쪼았다’는 얘기가 당 내부에서 종종 흘러나왔다. 그는 “국회에 들어오기 전부터 상생의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깎아내리고, 상처 주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독한 말을 잘하는 게 좋은 대변인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성명이나 논평을 내는 것 역시 얼굴을 맞대지 않았다 뿐이지 마이크나 매체를 통해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점잖게 해도 된다는 여당 대변인도 이런 압박에 시달리는데, 살아남기 위해 여당 흠집을 찾아내고 그걸 때려서 이슈화해야 하는 야당에서 우 전 대변인은 어떻게 버텼을까”라고 했다.

우 전 대변인도 별도 인터뷰에서 “많이 힘들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야당 기질이 몸에 배어 있는 호남 지역 지지자들로부터 ‘왜 그렇게 세게 못 하냐’ ‘이명박 정부, 작살을 내버려라’는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지자들을 잠깐 시원하게 해주는 영화 같은 게 대변인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도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은 여당을 공격하며 크고, 그럴 때 여당이 흥분해서 야당을 과도하게 공격하다 보면 자기모순에 빠져 허점을 보인다”서 “하지만 조 전 대변인의 브리핑을 반박하기 위해 하루 2번 이상 마이크를 잡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조 전 대변인은 “당이 세종시 문제 때문에 분열됐을 때”라고 답했다. 우 전 대변인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근민 제주지사의 공천 문제가 불거졌을 때를 꼽았다. 그는 “후보로 어렵게 모셔오는 과정을 봤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여성 단체의 비판에 대응하기가 참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나래 강주화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