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고전 ‘나쁜 남자’, 색다른 연출 ‘좋은 여운’
입력 2010-08-06 22:42
‘나쁜 남자’의 최후는 비참했다. 5일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가 주인공 건욱(김남길)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자신을 버린 해신그룹 일가를 복수하기 위해 그 가족들을 한명씩 파멸시키던 건욱은 자신이 해성그룹의 친아들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농락했던 해성그룹 장녀 태라(오연수)와 막내 모네(정소민)는 자신의 누이였던 셈. 좌절하던 건욱은 질투에 사로잡힌 모네가 쏜 총에 맞아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나쁜 남자’는 첫 방영된 5월 26일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MBC ‘선덕여왕’에서 재치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비담 역으로 인기몰이를 한 김남길의 후속작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한가인의 존재도 관심을 불렀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첫 회 시청률 11.7%(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시작한 ‘나쁜 남자’는 5회(6월10일)만에 14.2%로 올랐다. 하지만 6월 ‘2010 남아공월드컵’ 기간에 2주 연속 결방되면서 흐름을 놓쳤다. 그 사이 경쟁작 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무서운 기세로 시청률을 높였다. 게다가 주인공인 김남길의 입대 기한 연장이 무산되면서 제작진은 막판에 배우 없이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20부작을 예상했던 드라마는 17부로 축소되면서 극의 흐름이 어설퍼졌고, 후반부에는 대역으로 촬영해 완성도에 흠집을 남겼다.
하지만 ‘나쁜 남자’는 기존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정만 넘쳐나는 멜로드라마에서 미스터리 기법을 도입해 긴장감을 높였다. 드라마는 태성(김재욱)의 첫 사랑 선영(김민서)의 살인 사건으로 포문을 열었다. 선영의 죽음이 밝혀지는 과정은 매회 마다 부분적으로 삽입되면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형민 PD의 빼어난 연출력은 격정적인 멜로에 불을 붙였다. 전작 ‘미안하다, 사랑한다’ ‘눈의 여왕’에서 유려한 영상미를 선보인 이 PD는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롱테이크(길게 잡는 화면) 화면을 곳곳에 배치해 기존 드라마와 다른 영상을 선보였다.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명장면도 쏟아졌다. 7회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건욱과 태라는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둘은 손가락을 꽉 쥐며 ‘금지된 사랑’을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 둘이 꼭 붙잡은 손을 클로즈업했고 이 장면은 ‘손가락 키스’로 회자되며 화제를 낳았다.
그 외에도 태성이 선영의 죽음 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장면(2회)이나, 10회에서 재인(한가인)이 갑작스레 떠난 뒤 홀로 남아 우는 듯이 밥을 먹는 건욱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나쁜 남자’의 후속으로 오는 11일부터는 신민아 이승기 주연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방송된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