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재개한 탤런트 전혜진 “막내인 전 마이크 잡고 전파선교 시작했죠”
입력 2010-08-06 21:31
첫째 언니는 선교사, 둘째는 癌 요양 중에도 반주 봉사, 셋째는 문서선교
“전파 선교사로 살 겁니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딸 부잣집’ ‘노란 손수건’ 같은 화제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렸던 탤런트 전혜진씨가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하며 던진 말이다. 그러나 그녀가 돌아온 무대는 드라마가 아니다. CTS 기독교TV의 대표적인 선교 프로그램 ‘열방을 향하여’다. 전 세계 한인 선교사를 네트워킹하는 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섰다. 전씨는 프로그램 섭외를 받고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제가 딸 넷 중 막내입니다. 대표적인 ‘딸 부잣집’이지요. 첫째 언니는 영국에서 선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둘째 언니는 요양원에서 치료 중인데, 그곳에서 반주 봉사를 하고 있어요. 셋째 언니 역시 문서선교에 관심을 갖고 있고요. 저는 남편과 함께 컴패션 사역을 지원하며 구제하는 일에 힘썼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출석하는 교회(온누리교회)에서 선교 방송을 진행하며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전파 선교사로 쓰시려고 하는구나.”
‘딸 부잣집’ 네 딸이 모두 사명자로 선 셈이다. 그녀는 이에 대해 “어머니의 기도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전씨는 모태신앙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새벽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그녀의 어머니는 믿지 않는 집안에 시집와 온갖 설움을 당하면서도 네 딸을 강한 믿음의 소유자로 키웠다.
“십일조의 중요성을 어머니께서 늘 강조하셨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저는 십일조를 드렸습니다. 단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교회학교 분반공부는 지금까지 내 삶을 지탱해주는 힘입니다.”
이런 신앙교육 덕분에 그녀는 단 한 번도 하나님을 분리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1991년 미스코리아에 당선되고 드라마 출연과 MC로서 방송국을 누비면서도 매니저 없이 홀로 감당했다.
“사실 일하기는 좀 힘들었어요. 그러나 ‘궁하면 안 먹고 안 쓰면 된다’고 생각했고, 무조건 하나님만을 의지했습니다. 제가 출연한 드라마들은 모두 기도로 받아낸 작품들입니다.”
그래도 잠깐, 방황한 적은 있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화려함에 눈을 뜨고, 명예와 부를 한번에 얻었다. 이내 신앙과 반비례하는 삶으로 이어졌다. 그때 그녀를 잡아준 이가 바로 언니들이었다.
“그럼에도 제가 큰 문제없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언니들의 도움 때문이었어요. ‘혜진아, 너는 하나님께 감사해야 해. 네가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빠르게 응답해주시더라’며 자극을 줬거든요.”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격려했던 딸 부잣집에도 아픔이 생겼다. 기도의 어머니가 2004년 세상을 떠난 데 이어 4년 뒤 집안의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마저 하늘나라로 가셨다. 게다가 곁에서 늘 의지가 되었던 둘째 언니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전씨는 “지난 6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흘러갔다”고 전했다.
전씨를 비롯해 딸들은 말씀에 의지해 살았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요 14:1)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6∼7)
하나님의 부르심이기에 죽음까지도 기쁨으로 준비할 만큼 네 딸들에겐 힘이 생겼다. 특히 그녀의 둘째 언니가 그렇다.
“언니의 몸에 암세포가 번지면서 5월에 시한부 판정을 받았어요. 항암 치료를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기보다 하나님이 불러주실 때까지 사명자로 살고 싶다며 요양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반주자 없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며 언니가 기꺼이 반주자로 나선 겁니다. ‘나에게 병을 허락하신 것도 감사해. 그 때문에 요양원에 왔고, 반주를 하면서 환우들을 위로할 수 있고, 결국 이렇게 예배자로 세워주셨잖아’라고 고백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갈 길을 확신했습니다.”
얼마 전 전씨는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녀는 “언니를 대신해 조카들을 돌봐야 하고,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사양했다”면서 “훗날 언니와 함께 하나님의 산 증인으로 간증하는 그날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