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女대법관 ‘트로이카 시대’… 200년 역사상 최초
입력 2010-08-06 17:33
미국 대법원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법관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미 연방 상원은 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엘리나 케이건(50) 법무부 송무담당 차관에 대한 인준 투표를 실시해 찬성 63, 반대 37로 가결했다. 이로써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미 대법원에 여성이 3명으로 늘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이날 일제히 보도했다. 미 대법원에 여성 트로이카 시대가 열린 것은 200년 역사상 처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역대 최연소 대법관이 되는 영광을 안기도 한 케이건은 미국의 112번째 대법관이다. 또 여성으로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과 현직에 있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에 이어 4번째다. 오코너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긴즈버그 대법관을 임명하기 전까지는 유일한 여성 대법관으로 활동했다. 특히 오코너는 2006년 1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던 남편을 돌보기 위해 사퇴, 진한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소토마요르를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 대법관에 지명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케이건을 지명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2명의 여성 대법관을 뽑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독신인 케이건은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와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오바마 행정부의 대법원 송사업무를 전담하는 법무부 송무담당 차관으로 재직해 왔다.
케이건은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역시 진보적 판결을 주도했던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의 자리를 이어 받기 때문에 미 대법원의 이념적인 균형추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9명의 대법관 가운데 5명은 보수, 4명은 진보로 분류되고 있다.
여성 대법관이 3명으로 늘게 됐지만 미국 내에서는 최소한 4명 이상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2차례나 여성을 대법관에 지명한 터여서 그의 임기 중에 더 이상의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