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폭 희생자 위령제 美 대사 첫 참석

입력 2010-08-06 17:33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국가의 대표와 피폭 희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핵무기 없는 세계’가 이뤄지기를 기원했다.

일본 히로시마시 나카쿠(中區) 평화기념공원에서 6일 열린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제 및 평화기념식’에는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 등 74개국 대표와 피폭 희생자 등 5만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특히 주일 미국대사가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루스 대사는 기념식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내 참전군인 유족 등이 “원폭을 투하한 것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일으킨 전쟁을 끝내려고 한 정당한 행위”라며 “위령제에 참석하는 것은 이를 사죄하는 셈”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것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 정부 대표,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처음으로 참석했다. 반 총장은 연설을 통해 “2012년까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발효시키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키바 다다토시(秋葉忠利) 히로시마시장은 일본 정부에 대해 미국의 핵우산에서 이탈하고, 비핵3원칙을 법제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비핵3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기념식은 1945년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시각인 오전 8시15분 묵념으로 시작됐다. 교도통신은 최근 1년간 사망이 확인된 피폭자 5501명을 포함, 히로시마 피폭으로 인해 숨진 사람은 모두 26만9446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