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경찰청장 왜 사퇴했나… 쇄신 동참·후진양성 명분 불구 대형사건 책임·개각용 경질說도

입력 2010-08-05 21:59

강희락 경찰청장이 5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 정부의 국정쇄신 분위기에 도움을 주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아직 임기가 7개월이나 남아 있는 시점이어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강 청장 재임 시 두 전직 대통령 국장과 쌍용차 사태를 무난히 처리하는 등 두드러진 실책이 없었기 때문에 사의 표명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사퇴를 두고 ‘용퇴설’과 ‘경질설’이 엇갈린다. 강 청장은 2∼3일 전 청와대로부터 이번 개각 때 교체 대상이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새로운 내각 진용을 꾸리는 차원에서 강 청장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고 다른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집권 후반기 국정쇄신 분위기를 위해선 경찰도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강 청장도 그런 차원에서 스스로 결심했다는 얘기다.

대표적 사정기관 중 하나인 경찰 조직을 장악함으로써 집권 후반기 국정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여권 입장에서는 경찰청장 교체는 불가피했다. 후반기에는 청와대가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치안 총수로 앉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조현오 서울청장이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고, 정권 말기 경찰청장은 이강덕 부산청장이 되는 수순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강 청장이 이런 불가항력적 상황을 감지하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용퇴설의 요지다.

다만 최근 잇따라 불거진 경찰 내부 악재와 개인적인 흠결 때문에 강 청장이 교체 대상에 올랐을 것이란 ‘경질설’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최근 아동 대상 성범죄가 잇따르고, 서울 양천경찰서 피의자 가혹행위와 강북경찰서장 ‘항명 파동’ 등 경찰 안팎의 대형 악재가 이어졌다. 이런 악재 때문에 강 청장이 자연스럽게 교체 대상에 올랐을 것이란 얘기다. 강 청장의 실수도 회자된다. 강 청장은 지난 3일 고향인 경북 성주를 방문했을 때 경찰이 총동원돼 정체 도로의 교통 신호를 조작하고 교통 흐름을 터 과잉의전 논란에 휩싸였다. 강 청장은 청와대의 엄중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강 청장이 임기를 7개월가량 남겨두고 사퇴하면서 경찰청장 임기제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