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피할 수 없다면 쿨∼하게 즐겨라
입력 2010-08-06 00:21
서울 발생일수 작년의 배… 8일부터 더 극성
한강공원 연일 북적… 쇼핑몰·도서관도 명소
시민들이 매일 밤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보다 훨씬 심한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강 주변이나 냉방 시설이 갖춰진 영화관, 쇼핑몰, 대학 도서관 등의 ‘한밤 피서지’는 연일 시민들로 북적댄다. 심야 피서를 떠나는 시민들로 영화관이나 쇼핑몰, 음식점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가마솥 여름밤=열대야 현상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의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7∼8월) 서울 지역에서 열대야 현상이 관측된 날은 4일이었다. 하지만 올 여름은 8월 초순인 현재 이미 8일을 넘어섰다. 부산은 지난해 여름(4일)보다 3배 가까이 많은 11일에 달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도 지난해 2일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미 14일로 7배 늘었다.
지난 10년과 비교해도 올 여름 열대야 현상은 두드러진다. 기상청이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집계한 올해 열대야 평균 일수는 2000∼2009년 같은 기간(1.37회)보다 많은 1.97회였다.
열대야 현상은 높은 낮기온 역시 영향을 미친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일 때 내려지는 폭염경보는 지난해 같은 기간(26회)보다 3배 이상 많은 88회 발령된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동해가 37도로 가장 더웠으며 강릉 36.5도, 원주 36도, 청주·영월 35.7도, 안동 35.3도 등 상당수 지역이 35도를 넘어섰다. 서울도 올해 최고인 33.8도를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6일에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중부 지방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7일 남부 지방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더위가 주춤하겠지만 비가 그치는 8일부터는 다시 더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짜 바람’을 찾아서=찜통 같은 밤이 계속되면서 선선한 강바람이 부는 한강 주변이나 ‘24시간 공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장소로 매일 밤 시민들의 피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에서 만난 김정수(36)씨는 “걸으면서 땀을 흘린 뒤 집에 가서 샤워하고 누우면 잠도 잘 온다”며 늦은 밤 한강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 상암동 난지캠핑장에도 캠핑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캠핑장 관계자는 “주말의 경우 다음달 말까지 예약이 찬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7월 이후 잠원지구를 찾은 방문객은 37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만3000여명)보다 20만여명 폭증했다.
잠 못 이루며 뒤척이기보다 쇼핑몰에 나와 물건도 사고 더위를 피하겠다는 ‘올빼미 쇼핑족’을 비롯해 대학 도서관, 심야 영화관 등을 찾는 시민도 많아졌다.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이 학교 4학년 김모(25·여)씨는 “하숙을 하고 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에어컨 트는 것에 인색하다”며 “요즘같이 더운 날은 도서관 열람실이나 여학생 휴게실에서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관 CGV 관계자는 “심야 영화 객석률이 보통 10% 수준이지만 여름이 되면서 30%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