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서 일·육아 두 토끼 잡아요”… ‘유워크센터’ 근무 서울시 임순영씨의 하루 동행 르포
입력 2010-08-05 22:07
서울시 공무원 임순영(40·여)씨는 5일 평소보다 30분 늦게 일어났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눈을 뜨자마자 세수하고 아이들 식사를 차려주느라 출근할 때까지 정신이 없었지만 지난 2일부터는 아침시간이 훨씬 여유로워졌다.
임씨의 하루 일과가 바뀐 것은 ‘유워크(U-work)센터’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시는 이달 들어 직원들이 집 근처 유워크센터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유워크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유워크의 U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약자로 어디에서나 근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시는 아이를 돌보느라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문제를 최소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다.
임씨는 이날 40분만에 서울 서초동 시 데이터센터 2층에 마련된 유워크 센터로 출근했다. 서소문청사로 출근하는 것에 비해 출근시간이 50분 단축됐다. 그만큼 출퇴근하는 피로도 줄어 보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임씨가 센터 출입문 옆에 설치된 카드리더기에 출입증을 갖다대고 터치스크린에 표시된 ‘자리배정’ 버튼을 누르자 일할 자리가 배정됐다. 이날 임씨가 배정받은 자리는 5번. 최대 15명이 근무할 수 있는 센터에는 이날 8명이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정인환 서울시 유시티추진담당관은 “지정석으로 운영하면 서류를 사무실에 놓고 다니다가 보안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어 무작위 자리 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입 인증이 끝난 오전 8시42분. 곧바로 “임순영 님이 유워크 센터에 출근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팀장에게 자동 전송됐다. 퇴근 시간, 초과 근무 시간도 자동으로 집계된다. 임씨는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팀장과 연결된 컴퓨터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
복잡한 업무일 경우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자리마다 7인치 크기 액정이 장착된 인터넷 전화기가 설치돼 있다. 다른 부서 직원이 들어서는 안 되는 보안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컴퓨터와 전화기가 있는 사무실 2곳도 마련돼 있다. 센터 인근 시 인재개발원 건물에는 어린이집이 있어 업무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도 있다.
지난 3일간 센터에서 근무한 임씨는 원격 근무의 장점으로 출퇴근 시간 절약을 꼽았다. 임씨는 “집에서 가깝다보니 저녁에 남아서 일을 하게 되더라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10월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도봉구청에 유워크 센터를 새로 설치하는 등 유워크 근무제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자전거로 출근할 수 있는 거리에 사무실이 있는 만큼 육아 문제 해결은 물론 환경보호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