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보험 ‘묻지마 가입’ 큰코 다친다
입력 2010-08-06 00:25
50대 가정주부 이모씨는 홈쇼핑의 한 손해보험 상품 광고를 보고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집으로 배달 온 청약서를 보니 광고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보험료 납입기간이 광고보다 10년 더 긴 30년이나 됐다. 이씨는 불리한 조건이라고 판단, 청약을 철회하겠다고 했지만 처음 낸 보험료는 돌려받지 못했다.
홈쇼핑을 보고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가 이씨처럼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5월 홈쇼핑 보험 상품 광고 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 허위·과장 광고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5일 밝혔다. 하지만 홈쇼핑 보험 상품 판매에 대한 법 규정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월부터 생명·손해보험협회가 ‘광고·선전에 관한 규정’을 만들고 준수사항과 금지행위를 정해놓았지만 5개 홈쇼핑 방송에서 28개 상품이 판매되면서 121건의 규정위반이 있었다.
규정 위반을 살펴보면 주계약과 특약은 보장 내용이 다른데 이를 구분하지 않고 설명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쇼핑 호스트가 판매 방송 중 ‘최대’, ‘획기적인’, ‘큰 보장’ 등 극단적이거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거나 다른 회사 상품과 비교하는 등 판매광고 시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경우도 흔히 일어났다.
이밖에 ‘치료비를 쓰고도 남는’, ‘제가 쓴 것보다 더 많이 나왔어요’, ‘정말 간편하게’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소비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 중간에 보험료를 인출하거나 납입 중지했을 때 일정부분 제약이 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있었다.
2008년 상반기 기준 홈쇼핑 5곳이 우리나라 보험대리점 매출 순위 상위 5위까지를 차지할 만큼 홈쇼핑을 통한 보험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 피해도 늘어 지난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홈쇼핑 판매 보험 관련 소비자 상담은 370건으로 2008년 217건, 2007년 205건보다 1.7배 이상 증가했다.
소비자원은 따라서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에 대해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홈쇼핑 대리점의 영업기준, 모집할 수 있는 보험 상품 기준, 모집에 관한 세부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 소비자원은 또 쇼핑 호스트가 보험업법에 따라 상품을 모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