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자니 ‘친서민’ 역행, 늘리자니 재정건전성 악영향… 눈덩이 복지예산에 정부 속앓이

입력 2010-08-05 21:48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가 내년 복지예산 편성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정 방향을 ‘친서민’으로 틀면서 세간의 시선이 온통 복지예산에 쏠리고 있어서다. 방만 운영으로 호된 질타를 받은 지방자치단체도 복지예산 보조금을 늘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재정건전성의 빨간불을 바라보며 서민복지도 만족시켜야 하는 정부의 고민만 커진 셈이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도 예산·기금 총 요구액 312조원 규모를 306조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복지예산은 82조원 정도로 조정키로 했다. 각 부처가 요구한 복지예산안의 합인 87조3000억원보다 무려 6조원가량을 줄인 액수다. 지난해 복지예산(81조2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리목표를 정한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법정 의무지출 외에 신규 사업 등을 중심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부처별로 복지와 관련해 새롭게 요구한 사업의 경우 심사 시 필요성을 엄격히 따져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복지예산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데다 건강보험, 기초노령연금 등 의무지출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부 내에선 82조원대 관리목표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집권 후반기 정책 목표가 친서민으로 설정되면서 지역구 민심에 민감한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복지예산이 경쟁적으로 증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도 전체 지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증가하는 복지 분야 예산 때문에 아우성이다. 최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시·도 지방재정협의회에서 재정부 간부들과 만난 16개 시·도 부지사 등 예산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복지예산에 대한 정부 지원 비율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전남의 경우 노령연금과 의료급여 등의 지원율을 100%로, 기초생활보장은 기존 80%에서 90%로 늘려 달라고 했다.

실제 지자체 복지 분야 예산 증가율은 매년 중앙정부 총지출보다 가팔랐다. 전체 예산 대비 비중도 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5∼2009년간 지자체 사회복지 분야 예산(당초 본예산 기준)의 연평균 증가율은 17.1%였다. 같은 기간 정부의 복지예산은 평균 12.2%씩 늘었다. 지자체는 전체 예산 중 복지 분야 비율이 내년엔 2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98년 63.4%에서 올해 52.2%로 11.2% 포인트 하락하는 등 지방 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초생활급여나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 대규모 사업에 지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관련 예산을 줄일 수 없다”며 “앞으로 인구 고령화와 물가상승률에 따른 급여 수준이 올라가면 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우리도 힘들다. 알아서 하라’며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