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란 독자 제재 배경… 우리경제 타격 최소화하면서 미국도 섭섭지 않게

입력 2010-08-06 00:17


정부가 이란에 대한 독자 제재 가능성을 내비친 데에는 국제사회의 압력, 미국과의 관계, 북핵·천안함 사태를 비롯한 최근의 한반도 정세 등 3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6월 이란을 겨냥한 1929호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란 핵개발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2006년 12월 이후 4차례나 나왔다.

또 다른 제재 축은 미국이다. 미 의회가 지난 6월 통과시키고,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발효된 ‘포괄적 이란 제재법’은 이란의 에너지 개발과 정유생산 등에 기여하는 활동을 제재하고 위반 시 미국 내 외환시장, 은행 시스템에의 접근을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 거래를 막는 강력한 법률이다.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이 양자 제재에 동참했고 일본도 지난 3일 이란에 대한 추가 금융 제재를 결정했다. 경제 규모가 12위권이면서 오는 11월 주요20개국(G20) 회의 의장국까지 맡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동참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미국과의 특수 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최근 천안함 외교전에서 한국과 미국은 찰떡 공조를 과시했다. 한·미동맹 이후 처음으로 양국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열었고,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동해상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함께했다.

북한 핵 문제 대응 차원에서도 이란 제재 요구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북핵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을 촉구해온 한국이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자세를 보일 수는 없는 입장이다.

정부의 과제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과의 관계 및 현지 기업 활동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재 수위를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정부의 기본 전략은 ‘수동성’과 ‘모호성’으로 보인다. TF에 참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5일 “(미국이든 이란이든) 누구에게도 밉보이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수동적인 조치들을 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의무사항인 유엔 안보리 결의 1929호는 충실히 이행하되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의 반한 감정과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10월쯤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 시행령이 나와 구체적인 제재 대상과 범위가 확정되면 별도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플랜트 수출이나 건설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원유 매입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