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승계 공식화 앞두고 ‘3중고’에 진땀
입력 2010-08-05 18:26
다음달 개최되는 44년 만의 당대표자회를 앞둔 북한이 집중호우, 물가폭등, 금융제재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며 혹독한 여름을 나고 있다. 북한은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을 공식화하고, 내심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을 계획이다. 그러나 당대표자회를 한 달여 앞둔 북한의 내부 사정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달 중순 이후 함경 황해 자강 양강도 등 북한 전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50년 만의 최고 강우량을 기록한 개성 지역의 경우 지난 한 달간 560㎜의 폭우가 내렸고, 함남 흥남에서는 1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는 압록강 범람으로 대홍수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5일 북한 내부통신을 인용해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군인은 물론 대학생까지 복구 현장에 대거 투입했다”며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고 보도했다. RFA는 “홍수 피해로 집과 재산, 가족을 잃은 주민들은 내년도에는 꼼짝 못하고 죽게 되었다면서 절망하고 있다”고 뒤숭숭한 민심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홍수에 따른 농경지 피해로 인해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요청하지 않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비 피해를 알리지 않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현재 홍수 피해 상황을 5차례 보도했으나 인명 피해는 언급하지 않은 채 주로 복구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최근 5개월간 폭등한 물가도 북한 사회를 흔들고 있다. 정부 당국이 입수한 평양시내 시장의 7월 ‘한도 가격표’(㎏당)에 따르면 지난 2월에 비해 콩은 120원에서 430원으로 3.6배, 닭고기는 550원에서 1800원으로 3.3배나 올랐다. 볼펜 등 공산품은 5∼6배가 뛰었다. 쌀과 옥수수도 2배 이상 올랐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평양의 배급체제에 이상징후도 감지된다.
천안함 침몰 이후 미국이 금융제재를 추진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심화된 것도 북한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금융제재가 진행될 경우 북한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줄면서 비교적 호화생활을 누려온 고위층의 생활도 궁핍해질 전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자금을 이용해 고위층에 생필품과 사치품을 배급하지 않고 각자 시장에 의존하게 한다면 이들의 충성심은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 당국은 최근 들어 내부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탈북자에 대한 경계가 삼엄해져 중국 국경을 통한 도강비용이 최근 2∼3개월 사이 한국 원화 400만원까지 배 이상 늘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은 전했다. 탈북자, 종교인, 범죄자 등에 대한 공개처형이 부쩍 늘어난 것도 주민 동요를 막으려는 북한 정권의 불안감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은 당대표자회를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 당을 정비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활용하고 싶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내외부의 압박이 심한 만큼 내부 통제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