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밥’된 한나라 화합의 비빔밥… 화합·소통 외친 신임 당직자 오찬 ‘최고’ 나경원 의원만 참석 을씨년

입력 2010-08-05 21:59


“소통의 막걸리와 화합의 비빔밥으로 새로 태어납시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신임 당직자들이 5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비빔밥 오찬을 갖고 화합과 소통을 외쳤다. 안형환 신임 대변인이 “온갖 다양한 요소가 뭉쳐 비빔밥을 만들 듯이 한나라당도 훌륭한 비빔밥을 만들어 보자”며 “새출발하는 의미로 즐겁게 일해 봅시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안상수 대표는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자”며 잔을 들었다.

당이 주요 정책 과제로 설정한 ‘친서민’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안 대표가 앞서 신임 당직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소개한 ‘서민 속으로’ 구호가 건배사에 등장했다. 나경원 최고위원과 김외철 기획조정국장이 “서민 속으로”라고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이라고 따라 외쳤다.

한나라당은 과거에도 ‘화합의 비빔밥’을 먹은 적이 있다. 하지만 먹을 때 화합을 외치고는 번번이 ‘밥 따로 나물 따로’가 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7년 8월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 원희룡 후보는 전주시내 한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지만 경선 연설회장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지난 3월에도 세종시 해법을 찾기 위해 한나라당 6인 중진협의체가 비빔밥 회동을 했다. 친이·친박·중립 진영의 대표 2명씩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화합을 기원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성과 없이 헤어졌다.

이번에도 신임 당직 인선을 두고 안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온 홍준표 최고위원이 빠지면서 비빔밥 오찬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찬에 참석한 최고위원은 나경원 의원뿐이었다. 기자들이 “다른 최고위원들은 참석 않느냐”고 묻자 안 대표는 당직자를 힐끗 쳐다봤다. 당직자는 “다른 분들도 초청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못 오셨다”고 설명했다.

홍 최고위원은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서민정책특위 회의 준비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안 대표가 (신임 당직 인선을) 탕평인사라고 했는데 이는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안 대표와 홍 최고위원 간의 갈등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주말쯤 휴가를 떠나는 데 이어 홍 최고위원 역시 9일부터 제주도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명직 최고위원 등 신임 당직 인선이 남아 있어 언제든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