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단독 첫 서해 합동 대잠훈련… 링스헬기 “적 잠수함 탐지” 보고 7초만에 폭파

입력 2010-08-06 00:15


“미식별 수중 접촉물 탐지, 링스헬기와 해상초계기는 미식별물의 위치 확인하라!”

5일 오전 충남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북방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서고 있던 한국형 구축함(4400t급·KDX-II) 최영함 함장은 음탐사(음파탐지사)로부터 함미 쪽에 설치된 수중예인소나(TASS)가 정체불명의 물체를 탐지했다는 보고를 받자 곧바로 평택 2함대사령부에 보고했다. 현장 지휘관인 2함대사 부사령관은 즉시 대잠헬기 링스와 해상초계기(P-3C)에 출격명령을 내렸다.

최영함과 인근 해역에서 훈련 중이던 문무대왕함(4400t급)에서 대기하던 링스헬기가 탐지 해역으로 날아갔다. 서해상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P-3C도 탐지 해역으로 이동, 소노부이(음향탐지기를 부착한 부표)를 투하해 잠수함 위치 추적에 나섰다.

‘삐삐삐.’ 비슷한 시각 백령도 남쪽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호위함(1500t급) 전남함에 경보가 울렸다. 음탐사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찼다. 적 잠수함이 쏜 어뢰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는 경보였다. “양현 전속(양쪽 엔지 전속력 가동), 우현 전타(오른쪽으로 방향전환).” “어뢰음향전술체계(TACM) 가동!” 함장의 긴급 명령에 함정은 급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음탐사가 재빨리 버튼을 눌러 어뢰기만기탄을 발사했다. 전남함을 향해 오던 적의 어뢰가 호위함으로 오인해 가짜 폭탄에 폭발했다.

문무대왕함에서 발진한 링스헬기는 디핑소나를 수중에 투하했다. 디핑소나는 능동음파를 수중에 집중적으로 쏘아댔고, 적의 잠수함을 탐지했다. 이 링스헬기에 적 잠수함 위치 좌표가 입력됐다. 위치 좌표는 곧바로 최영함에서 출격한 또 다른 링스헬기에 전송됐다. 최영함의 링스헬기는 목표지점을 향해 어뢰를 발사했다. 해군 관계자는 “링스헬기는 잠수함 잡는 헬기”라며 “잠수함은 일단 포착되면 링스헬기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같은 해역에 있던 초계함(1200t급) 대천함도 적 잠수함을 향해 4초 간격으로 2발의 폭뢰를 투하한 데 이어 국산 어뢰 청상어를 발사했다. 7초 후 적 잠수함은 우리 함정의 폭뢰와 어뢰 집중포격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청상어는 2㎞ 거리의 적 잠수함을 추적해 격파하며 1.5m의 철갑판을 관통할 수 있는 국산 신형 어뢰로 직경 32㎝, 길이 2.7m, 무게 280㎏이다.

오후 2시쯤 연평도에서는 해병대 6여단 소속 장병들이 적의 해안포 공격에 대응해 K-9자주포의 포문을 열었다. 4문의 자주포에서 발사된 30여발의 포탄은 정확히 목표지점을 타격했다. 또 적 함정이 연평도 쪽으로 함포공격을 하자 102㎜포가 화염을 내뿜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따른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서해 해상훈련 첫날 작전은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다. 한국군 단독으로 진행된 대잠훈련에서 해군 전력은 서해상으로 침투해 우리 군함을 은밀히 격침시키려던 적 잠수함의 공격 기도를 성공적으로 막아냈으며, 연평도 해병부대는 상륙을 기도했던 적 세력을 완벽하게 격퇴했다.

해상 훈련을 지휘한 이승준(해군 준장) 제2전투전단장은 “이번 합동 기동훈련의 목적은 적의 도발 의지를 말살시키고 서해상에서 군사 대비태세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며 “훈련은 실전과 동일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훈련은 해군과 해병대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6일부터는 공군도 참가하는 해상 및 공중 합동 훈련이 실시된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