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사장 공모 ‘도루묵’… 청와대 입김

입력 2010-08-05 21:28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 본다. 뭔가 구린 냄새가 풍긴다.”



재공모까지 치른 서울보증보험 사장 선출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현 사장 유임으로 결론났다. 무려 1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며 공공 금융회사 사장 공모전을 달궜던 열기는 순식간에 용두사미가 돼 버렸다. 보험업계에서는 “공금융업체에서 두 차례나 공모한 뒤에도 사장 선임을 못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보증보험 안팎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에 석 달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결론은 현 사장 유임=서울보증보험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5일 오전 회의를 열고 차기 사장 추천을 논의했으나 최종 사장 후보를 내지 않고 방영민 현 사장을 1년간 유임키로 결정했다. 사추위는 지난달 정채웅 전 보험개발원장, 이기영 전 LIG손해보험 사장, 김용덕 KCB 사장 등 3명을 사장 후보로 압축했다.

사추위원들은 그러나 이들 3명 중 차기 사장 후보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기 사장은 1년 후 다시 공모 절차를 밟는다.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공모와 주총 연기, 재공모 등 진통을 겪었던 서울보증보험 차기 사장 공모는 돌고 돌아 현 사장 유임이라는 희한한 결론으로 끝맺게 됐다.

서울보증보험 사장 공모는 처음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첫 공모 때는 정연길 서울보증보험 감사와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가 최종 후보로 경합을 벌였다. 무게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교 동문인 정 감사에 실렸지만 정권의 낙하산 논란이 일어난 KB금융지주 인사의 후폭풍으로 공모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지난달 재공모에서는 무려 16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청와대가 낙하산 논란에 따른 자중 움직임을 보이자 대기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3명의 최종 후보가 뽑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공모가 금융 공기업에서 횡행했던 청와대 낙점 인사의 틀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반응마저 나왔다. 하지만 사추위가 사장 선출을 끝내 포기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외압 작용했나=보험업계는 사추위 결론에 비판 일색이다. 최종 후보로 올라온 3명 모두 경력면에서 부족함이 없음에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데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권력 외압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서울보증보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사장 적격자 없음’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으며 사추위 일부 인사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에 입후보했던 한 후보 역시 “권력 핵심 라인에서 사장 선출에 대한 의사결정이나 조정을 못한 것 같다”며 “사추위에서라도 후보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장 선출은 6일 주총에서 결론 나지만 정부기관이 대주주인 상황에서 사추위의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