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 방송에 6초 말한 MC… 그의 현실은 ‘병풍’

입력 2010-08-05 21:17


방송가의 트렌드가 된 집단MC 체제에서 ‘병풍 MC’가 속출하고 있다. 수많은 MC들 사이에 묻혀 별다른 발언 없이 병풍처럼 서서 화면만 채우는 출연자를 일컫는다. 지난 1일 방송부터 MBC ‘뜨거운 형제들’에서 하차한 노유민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전체 70분 중에 노유민이 단독으로 말하는 분량은 총 6초였다. 주로 “뭐야” “와” 등의 짧은 멘트였다.

쇼를 진행하고 프로그램을 주도해야하는 MC가 방청객에 머무는 것이다. 이는 집단MC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집단MC의 초기 모델인 MBC ‘무한도전’, KBS ‘1박2일’까지만 해도 진행을 담당하는 출연자를 포함해 MC는 총 6명이었다. 하지만 KBS ‘청춘불패’는 진행을 맡은 MC 3명 외에 고정 출연자가 7명이다. SBS ‘영웅호걸’은 14명(진행 2명 포함), MBC ‘뜨거운 형제들’은 8명(현재 7명)이다.

본보가 ‘청춘불패’와 ‘영웅호걸’ 출연자의 발언 분량을 분석해보니, 일부 출연자가 배경화면에만 잡히는 ‘병풍 MC’에 머물렀다. 발언이 많은 진행자는 분석에서 제외했으며, 단독 발언을 기준으로 삼았다.

‘청춘불패’에서 티아라 멤버 효민의 발언은 총 20초였다. ‘영웅호걸’에서는 또 다른 티아라 멤버 지연이 병풍이었다. “무서워” “좋아요” 등 단순 감정을 전달하는 발언으로 14초가 전부였다.

이들은 다른 출연자에게 호응하는 모습이나 반응하는 표정이 화면에 잡히는 것으로 분량을 충족했다. ‘영웅호걸’에서 분량이 적은 지연, 아이유는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이 발언 분량보다 2배는 많았다. 이 때문에 제작진이 역량이 안 되는 연예인을 보여주기 용으로 기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에서 존재감 없이 얼굴만 보여주는 일부 출연자들은 집단MC의 부정적 단면”이라면서 “예능감을 검증하지 않고 그저 물량 공세로 쏟아놓고, 알아서 보라는 식의 방송 태도”라고 꼬집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MC들은 1회만 나오고 바뀌는 게스트와 달리 프로그램 기간 내내 같이 가기 때문에 병풍 MC의 문제는 심각하다”면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들 간에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니까 여러 명을 캐스팅해 놓고 대박 캐릭터가 얻어 걸리길 바라는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출연자의 분량을 조율하고, 캐릭터를 잡아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청춘불패’ 김호상 KBS PD는 “현재 발언이 주춤한 주연, 소리, 효민과 같은 출연자들이 존재감을 키우도록 캐릭터를 발견해서 잡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선미경 이근희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