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식 경영, 개도국선 효율적”… 삼성·LG 인도 타타그룹 등 가족중심 경영으로 큰 실적
입력 2010-08-05 21:31
‘재벌(Chaebol)’이라는 말은 10여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경제를 말아먹는 악의 화신 정도로 취급됐다. 하지만 이젠 한국 재벌처럼 일가족에게 경영권이 집중된 문어발식 경영이 개발도상국에선 오히려 미국식 주주중심 경영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한국의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외환위기 당시 정경유착과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개혁 대상으로 거론됐던 기업들이 되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으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한국의 삼성, 인도의 타타그룹에서 보듯이 정경유착을 불러왔던 가족중심 경영과 경영 다각화가 서구식 기업 경영과 비교해 훌륭한 실적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최근 3년간의 실적을 보면 전문 영역에 집중하고 주주 소유권을 분산시키는 서구식 경영보다 가족중심 경영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최근 출간한 ‘비즈니스 그룹 핸드북’도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만한 여력이 없는 곳에서는 대기업이 한 분야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합리적”이라며 “사회적 신뢰나 법규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가족중심 경영으로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또 경영주가 확실한 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를 결정할 때 주주중심의 서구식 기업보다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고, 전문경영인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가 이뤄지는 점도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단점도 있다. 미국의 카네기 가문처럼 2, 3세로 갈수록 경영능력이 떨어질 위험이 크고, 대주주가 소액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FT는 “개발도상국의 모든 가족중심 기업이 스웨덴의 발렌베리, 영국 케즈윅 가문처럼 오래도록 번영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사업에 진출하고 어떤 사업을 포기할 것인지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똑똑한 자손과 재능 있는 전문경영인을 둔다면 서구식 기업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