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동맹, 갈수록 커지는 균열… 후텐마 기지 이전 불투명 ‘동맹심화’ 공동선언도 유보
입력 2010-08-05 21:31
미국과 일본의 찰떡 동맹관계에 금이 가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 최고의 우방국 관계가 일본의 민주당 정권에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일본은 1960년에 미국과 합의한 안전보장조약 개정 50주년을 기념해 발표키로 했던 ‘동맹심화 공동선언’을 일단 유보했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당초 일본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공표키로 했었다.
이번 결정은 4일 열린 미·일 양국의 외교채널 심의관급 협의에서 이뤄졌다. 이 신문은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 미·일 동맹심화 선언이 유보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11월 방일 계획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외교 관례상 최악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 같은 결론이 내려진 데는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가 작용했을 수 있다. 이달 말까지 최종 결정키로 했던 오키나와(沖繩) 주둔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2일 오키나와 지사 선거가 있는 11월 하순 이후나 돼야 후텐마 문제에 대한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본의 민주당 정권에 대한 미국의 불신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간 총리가 대미 정책 노선을 확고히 정립하지 못할 경우 8개월 만에 권좌에서 물러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9월 집권하면서 “(현재는 야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이 집권했던 반세기 동안 일본은 미국에 ‘종속’돼 있었다”며 “할 말은 하는 대등한 일·미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하지만 그는 후텐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편 원자폭탄 피폭지인 일본의 히로시마(廣島)시는 피폭일인 6일 열릴 평화기념식에서 ‘평화선언’을 통해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핵우산 이탈을 공개 촉구키로 했다. 히로시마시 차원의 핵우산 이탈 호소는 1997년 히라오카 다카시(平岡敬) 전 시장 이후 처음이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기념식에 존 루스 주일 미 대사가 참석키로 한 것을 놓고 못마땅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폭격기 ‘에놀라 게이’의 기장이었던 폴 W 티베트 주니어의 아들은 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루스 대사가 왜 거기에 가야 하느냐”며 “미국은 (진주만을 공격했던 가해자인) 일본에 대해 사죄하는 듯한 행동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