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산불, 핵시설도 위협… 식료품 가격 통제

입력 2010-08-06 00:18

러시아가 불타고 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5일 모스크바 인근에서 번지고 있는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130년 만의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에서 이날 현재 843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2일 이후 이날까지 산불 사망자는 5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일 모스크바와 블라디미르, 보로네시, 랴잔 등 7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그는 “국가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비상대책부는 “이번주에만 403건의 산불이 새로 발생해 그 가운데 203건이 진화됐다”면서 “피해 면적만 1085㎢”라고 발표했다. 서울 면적의 2배에 이르는 크기다.

산불이 번지는 곳은 대부분 모스크바를 포함한 서쪽 지역이다. 수도 모스크바는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에 20m 앞이 보이지 않고, 하늘을 날던 새가 산소 부족으로 땅에 떨어질 정도라고 현지 신문들이 전했다.

산불은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400㎞ 떨어진 핵시설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핵물질을 안전지역으로 옮기고 2000여명의 소방수를 투입하는 등 최악의 재앙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에는 모스크바 인근 해군 보급기지에 산불이 옮겨 붙어 헬기와 전투기를 포함한 5만6000t의 군사 장비가 불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비상안보회의를 소집하고 세르게이 세르게예프 해군병참 사단장 등 산불 대처에 실패한 해군 고위 장교들을 해임했다.

식량 가격까지 출렁거리고 있다. 수확을 앞둔 러시아의 밀 농장이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면서 국제 곡물시장의 밀 가격이 지난달보다 40%나 급등했다.

식품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자 러시아 정부는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가격 통제를 도입했다. 쇠고기 우유 빵 등 기초 식료품 20개 품목의 가격이 1개월 동안 30% 이상 오를 경우 가격을 동결할 수 있게 했다. 또 식품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 많다. 40도가 넘는 더위가 지속되면서 익사자가 지난 한 달 동안 1600명을 넘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