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욕설 세태 뿌리 뽑기 나선 軍

입력 2010-08-05 18:06

요즘 학생들은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욕이 없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여학생도 마찬가지다. 욕을 하다하다 욕을 가지고 노는 수준이 돼 버렸다. 욕이 대화의 추임새다. 특별한 악의를 가지고 욕을 하기보다는 욕이 일상어가 된 것이다. 욕을 섞어 말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만연한 욕설 문화는 인터넷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익명 뒤에 숨어서 쏘아대는 욕들은 얼굴을 맞대고 하는 욕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다.

군 당국이 이처럼 욕설로 무장하고 입대하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언어순화 교육에 나선다고 한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최근 열린 국방전략회의에서 장병들의 바른 언어생활 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환영할 일이다. 학생 시절은 철이 덜 든 것으로 간주돼 사회적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 그러나 군 복무를 마치고 나면 성인으로 인정되어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의 수준도 높아진다. 장병들의 언어생활이 욕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면 제대 후 취업 등 사회 진출에서 적잖은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군에 뿌리박힌 언어폭력도 이 참에 근절해야 한다. 군대라면 구타와 욕설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군의 노력으로 구타는 거의 없어졌지만 언어폭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군은 욕설문화를 없애려고 고운 말 쓰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욕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욕이 없으면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습관적으로 욕을 사용하는 장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에는 거꾸로 사회에서 미리 욕을 익혀 입대하는 셈이 됐으니 군 당국이 욕설문화에 대해 일대 결단을 내린 것은 시의적절하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반 사병뿐 아니라 일부 장교와 부사관들도 욕설문화에 젖어 있는 현실이다. 지휘관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욕을 ‘사랑의 욕’으로 둘러대거나 전우애의 표현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군 당국은 ‘욕설과의 전쟁’ 수준으로 임하겠다고 하나 강제성이 없는 캠페인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근과 채찍이 있어야 한다. 벌점수첩 제도를 도입해 욕을 쓰다가 상급자에게 적발되면 벌점을 주어 불이익을 받게 하고 모범 사병에게는 포상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