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이란 금융제재 강화… 국내 건설사 ‘수주텃밭’ 중동시장 적신호
입력 2010-08-04 21:17
GS건설은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1조4000억원 규모의 가스탈황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지난해 GS건설 매출액(7조3800억원)의 19%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수주 8개월 만인 지난 6월 30일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발효된 미국과 유엔의 대이란 제재 강화 이후 국내 은행들과 이란 금융기관 간의 거래 중단으로 자금회수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사업진행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강화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중동 수주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불거진 리비아의 한국 외교관 추방사태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업체들의 ‘수주 텃밭’이나 다름없는 중동 시장의 진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이란 금융거래가 잠정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우리의 비교 우위 분야인 건설과 플랜트, 석유화학공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별로는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중기적으로는 건설·플랜트 부문에서 중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이란에는 대림산업과 두산중공업 등 3개사가 정유시설 증설 및 LNG(액화천연가스) 저장탱크 건설 등 16억 달러 규모의 6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현지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총 4건)를 수행 중인 대림산업은 “미국의 이란 제재 방안이 실제 시행단계에 이를 때까지 대략 3개월쯤 걸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없겠지만 실제 제재가 이행될 경우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추가 금융제재 내용에 따라 유럽에서 수입해 이란으로 보내야 하는 건설 기자재들에 대한 대금 결제 등이 막힐 수 있어 공기 지연 등 사업 차질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이란지역의 신규 사업 진출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 시장도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의 대형 해외공사 수주는 양국 정부의 지원 없이 업체 단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양국간에 앙금이 깨끗하게 가시지 않는 한 신규사업 수주나 진출이 재개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비아 현지에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4개사가 토목과 건축 등 총 14억6000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해양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를 사상 최대인 600억 달러로 잡고 있다. 8월 초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445억3055만 달러. 이 중 75%(336억2913만달러)가 중동지역에서 따낸 금액이다. 정부는 이런 추세면 올해 말까지 목표액을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신중 모드’로 변했다. 이란이나 리비아 등 이른바 ‘문제 국가’의 해외 수주 프로젝트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해외건설 지급보증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등 비용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비용 증가는 결국 입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교통상부와 함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내 및 현지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