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수정’ 美 정치권 연일 강경발언…재협상 없다지만 8월 실무協 촉각
입력 2010-08-05 02:2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싸고 미국 측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데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이해당사자인 기업과 거대 노동조합이 움직이면서 이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정치인마다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 자동차 무역 불균형에서 시작된 불만도 쇠고기, 냉장고, 섬유 등 상품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고 있지만 다음달쯤 본격화될 한·미 FTA 실무협의에서 내심 미국 측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고민하고 있다.
◇‘쇠고기에서 냉장고까지’…미국 측 속사정=4일 서울 광화문 외교통상부 청사 8층. FTA 교섭과 이행을 담당하는 통상교섭본부 부서는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평온했다. “비준만 놓고 보면 (미 하원에서) 원안 반대보다 찬성 쪽이 다수”라는 한 당국자의 설명에는 여유까지 묻어났다.
미국 정치권의 수정 요구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통상당국이 느긋한 태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협상전략에 대한 고려와 미국 내 정치적 환경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대외적으로 “점 하나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대응이 향후 협상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는 데다 관련 요구 자체가 미국 내 지지기반을 고려한 정치적 발언에 가깝다는 분석에서다.
최근 “미국의 모든 수출품에 대해 한국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 미 하원 샌더 레빈 세입위원장의 지역구는 미시간주다. 그가 미국산 수출품 사례로 직접 거명한 제품은 냉장고였다.
현재 냉장고에 붙는 관세는 미국 1%, 한국 8% 등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멕시코 현지 공장을 통해 공급하고 있어 협상 당시 민감품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레빈 위원장이 냉장고를 지목하고 나선 데는 양국 간 양허조건에 대한 불만보다는 자신의 지역구인 미시간주 민심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시간주에는 미국 1위 가전업체인 월풀 본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 비준 전망은=미국 정치권에서 민심을 고려한 강경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겉으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김 본부장과 론 커크 USTR 대표 간 전화 실무협의가 진행되는 등 발효를 위한 조율작업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고려대 박노형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11월 이전 추가 논의 종결과 내년 발효 시한을 정한 터라 사실상 비준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며 “농산품부터 공산품까지 복잡한 균형을 맞춘 FTA 협정문에 다시 손을 대는 것도 어려워 기존 양허 수준을 쉽사리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2012년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권 반환을 3년7개월 연기한 것과 ‘한·미 FTA’ 조정을 위한 실무협의가 맞물리면서 ‘빅딜설’이 나오기도 했다. 전작권 반환을 연기해주는 대가로 한·미 FTA 내용을 재협상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측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그동안 가장 문제 삼아온 자동차 부문과 쇠고기 부문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정동권 이용상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