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철군앞둔 아프간에선… 끔찍해지는 여성 인권

입력 2010-08-04 21:15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 표지에 충격적인 사진이 실렸다. 보라색 베일을 머리에 두른 앳된 얼굴의 한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코와 귀가 잘려 없어진 모습이었다.

타임이 커버스토리로 다룬 인물은 19세의 비비 아이샤. 16세 때 강제 결혼하게 된 그녀는 시댁 식구들로부터 폭행당하며 노예처럼 살았다. 지난해 그녀는 수도 카불로 탈출을 시도했다가 붙잡혔고, 우루즈간 지역의 탈레반 법정에 섰다. 재판을 맡은 현지 탈레반 사령관의 판결은 냉혹했다. 시동생은 판결에 따라 아이샤의 머리채를 잡았고, 남편이 칼로 그녀의 코와 귀를 잘랐다. 피를 흘리는 그녀는 산속에 버려졌다.

타임은 “혐오감 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사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샤는 현재 카불에서 미국계 여성단체 그로스만번 재단의 보호를 받고 있다. 서방 국가에서 성형수술도 받을 예정이다.

이 사진 한 장은 아프간에서의 여성 인권 침해 실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간 전쟁의 실패한 단면을 읽을 수 있게 했다.

타임은 국제사회가 아프간에서 조기 철수하는 건 아프간 여성들에게 불행한 일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탈레반 세력이 다시 강해지면 여성 인권이 크게 침해당한다는 게 이유다. 개전 9년째인 아프간전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최근 네덜란드가 철군하는 등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은 잇달아 철군을 결정했다. 미국 내 여론도 53%가 아프간전은 계속할 가치가 없다고 답했다.

참정권이 확대되는 등 개선되던 아프간 여성의 권리는 다시 악화되고 있다. 아프간 여성부 통계에 따르면 2009년 3월∼2010년 3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분신자살한 여성이 103명이나 됐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10년 7월 보고서에서 탈레반이 직장 여성들에게 편지를 보내 “일을 그만두라”고 협박한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타임의 표지 사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최근 확산되는 미국 내 아프간전 반대 여론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또 아프간의 단편적 모습만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