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짐싸는 이라크에선… 그칠 줄 모르는 폭발음, 車 폭발 최소 22명 숨져
입력 2010-08-04 21:14
폭탄 차량 6대가 터졌고, 도로에는 5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하루 만에 42명이 죽었다. 폭탄이 터진 곳마다 검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알카에다의 행동조직인 이라크이슬람국가(ISI)의 깃발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폭력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전투 병력 1만5000명을 철군시키고 내년까지 남은 5만명도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이라크에서 벌어진 일이다.
바그다드 남부의 쿠트 중심가에서 3일 저녁(현지시간) 폭탄을 실은 차량 2대가 폭발, 최소 22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통신이 보도했다. 폭발 현장은 피로 물들었고 아이와 여자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불탄 시신 옆에는 검은 깃발이 꽂혀 있었다. 미국은 이라크 철수가 전쟁 승리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알카에다는 자신들이 승리자라고 과시하는 듯하다.
미군 지휘부가 위치한 바그다드 그린존에도 2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포탄이 떨어진 곳 바로 옆 빵 가게 주인 무타다 모하메드(20)는 봉지에 빵을 주워 담으며 “이런 일을 항상 보면서 자라 왔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군 철수에 대한 반응도 냉소적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바그다드를 점령한 이듬해인 2004년 대선 직전 “미국의 점령은 끝났다”고 선언하고 전쟁 종식 서명도 했다. 바그다드 시민인 콴트 쉐이드씨는 “세상이 뒤집어지고 100만년이 지나도 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기자인 앤 니바트는 “이라크 주민들은 사담 후세인 시절의 공포에서 벗어난 건 미국 덕분이지만 미국 때문에 파괴된 전통과 희생, 민주주의의 혼란은 달갑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지난 3월 새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을 치렀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총리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치안을 담당할 이라크군과 경찰은 아직도 충원 중이어서 미군 철수 뒤 질서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기 사정도 어렵다. 바그다드도 하루 5시간만 전력이 공급된다.
과거 후세인의 군대는 세계 10위의 전투능력을 보유했고, 전력 생산량은 지금의 2배였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