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명 ‘통도사’ 반대·불교테마공원 저지… 지역교계는 목소리 내는데, 한기총은 “…”

입력 2010-08-04 20:26

대구 기독교계가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으로, 울산 기독교계가 KTX 울산역(통도사) 명칭을 계기로 종교편향 문제를 제기했을 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매년 185억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템플스테이와 팔관회, 연등축제 지원 등 정부의 편향적인 종교예산을 문제 삼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시정을 요구한 것은 한기총이 아닌 지역 교계였다. KTX 울산역 명칭을 두고도 울산기독교연합회가 울산시와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저지에 나섰지만 한기총의 역할은 보이지 않았다.

불교테마공원 조성 방지를 위한 대책위원장 이상민 목사는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지난 4월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 목회자들과 만나 불교테마공원 저지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 이후로 연락이 두절됐다”면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국가의 특정종교 편향 정책을 바로잡는 건 한기총이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울산기독교연합회 총무 조성운 목사도 “울산역 이름에 통도사가 들어간다는 제보를 받고 짧은 기간 사력을 다해 저지운동을 벌였지만 7∼8년 전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역명을 아예 ‘통도사’로 하려던 이들의 움직임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지역 교계가 홀로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철도공사를 상대하기엔 어려움이 컸다”면서 “사실 이 문제는 한기총이 주도적으로 맡아 처리할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에선 한기총을 협력 파트너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마저 있다. 대기총 회장 이흥식 목사는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불교계가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을 문제 삼은 대기총을 제명하라고 요구했지만 이광선 대표회장은 적극 반박하지도 않았다”면서 “한기총은 타 종교에 대한 배려만 강조했지,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엔 손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향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와 9개 도를 포함하는 전국기독교총연합회를 만들어 종교차별 문제에 대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각에선 한기총이 대표회장 선출방법 등을 놓고 내부정치에 몰두하고 종교 갈등을 우려한 나머지 특정종교 편향 문제에 소홀했다는 분석이 있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한기총은 최근 대표회장 선출방법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으며 에너지를 소진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 지도부는 종교 간 갈등을 염려해 제 목소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진정한 종교평화란 종교가 정부의 지원에서 벗어나 선의의 공정한 경쟁을 할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광선 대표회장은 “특정종교 편향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관계 공무원들에게 ‘지역 교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회장은 또 “한기총은 종교인끼리 이견과 갈등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정부기관도 (정책추진이) 편향으로 비치지 않도록 냉정하게 해서 종교 간 화합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