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그플레이션 불똥 선제적 차단을

입력 2010-08-04 17:41

국제곡물가격이 급등세다.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이 속출한 탓이다.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기상이변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캐나다 등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작황이 악화돼 가격이 천정부지다. 겨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세계경제가 애그플레이션이란 복병을 만난 격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로 곡물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일반 물가까지 덩달아 뛰는 것을 뜻한다. 곡물 가격 상승은 빵 과자 사료 등 관련 제조상품의 원가를 압박할 뿐 아니라 인플레 기대심리와 맞물리면서 다른 상품의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FT는 밀의 경우 주요 생산국의 올해 밀 생산량이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밀 가격은 지난 한 달 새 50%나 뛰어올랐다. 중국에서는 애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 양파 등 21가지 채소의 평균가격이 한 달 만에 11.9%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전반적으로 뛰어올라 중국 정부 목표치인 3%를 웃돌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애그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30%에 못 미치는 우리의 농산물 자급률을 감안하면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세는 고스란히 수입가격에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봄 한파로 국내 과일 채소 값은 지난해보다 최고 배 이상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6월 회원국의 평균 식품물가 상승률은 0.6%였지만 한국은 4.1%나 됐다.

농산물 소비는 전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고 가격이 웬만큼 올라도 수요를 줄일 수 없는 농산물 상품의 특성상 그 자체만으론 파급효과가 작다. 하지만 곡물가격 상승은 소비심리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곡물가격 오름세를 우려하는 이유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아직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빠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식탁 물가를 감안하면 농산물의 원활한 유통 체계 및 수급 확보 등 선제적 대응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