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또 국민 실망시키려는가

입력 2010-08-04 21:24

한나라당은 7·14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한 이후 3주 만에 비로소 주요 당직자를 임명했다. 그러나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는 결정하지 못하고 당분간 비워두기로 했다. 계파 간 조율을 못해 시간을 끌어오다가 겨우 반쪽 인사를 한 것이다.

게다가 홍준표 최고위원은 인선안에 반발해 어제 최고위원회의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안상수 대표의 독선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전체 19명 가운데 12명을 자기 경선 캠프에 참여한 사람으로 앉히는 것은 경선용 잔치이자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주장도 했다. “당 화합에 중점을 둔 탕평인사”라는 안상수 대표의 평가와는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

홍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부터 당내 비주류를 자임하며 안 대표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 왔다. 당직 인선을 통해 이 간격을 좁히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키운 꼴이 됐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당내 화합과 결속을 꾀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말한 것을 놓고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근인 유정복 의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를 폄하하는 유감스런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인물인 만큼 그의 발언에 대한 친박계의 반감이 더 크다. 이렇게 해놓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을 통해 친이계와 친박계의 협력 방안을 어떻게 모색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한나라당은 7·28 재·보선에서 압승하고 당 지지도가 오르자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의 위기감은 이미 잊은 듯하다. 국회 윤리특위위원장인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징계안 처리를 미뤄두고 여야 윤리특위 간사 의원들과 함께 선진의회 시찰을 명목으로 지난 3일 출국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지금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