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개방
입력 2010-08-04 17:41
모든 길은 문을 열어 놓았을 때 통할 수 있다. 문이 닫히면 편리하게 닦아놓은 길도 다닐 수 없는 길이 되고 만다.
문을 연다는 것, 마음을 연다는 것, 가슴이 열려 있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로마가 열악한 환경, 조건, 상황 속에서도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방성에 있었다. 지적 수용은 그리스인에게서, 국민의 체력 강화는 겔트족과 게르만족에게서, 기술에 있어서는 에트루리아인에게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카르타고인에게서 국익에 필요한 것들을 수용하였다고 한다.
로마인의 뛰어난 점은 바로 주변 민족들을 향해서 열려 있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나 50년대 이후 분단국가의 의사 불통으로 인해 한반도의 발전 속도는 50년 이상 늦춰졌다고 한다. 각 세대는 자기 세대만의 고유한 사유형식을 갖는다. 그러나 세대와 세대는 늘 의사소통적 통일을 염원해야 한다.
오랫동안 이 땅의 문화를 지배해온 것은 유교정신이었다. 유교의 정신은 여전히 다른 가치체계를 용납하지 않는 배타적 독단적 사유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허례와 허식의 문화, 단절의 문화를 가져왔다.
가끔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로 고민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관계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면서 더 열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지가 않다. 용감한 자는 비판의 문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비판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비판의 문을 개방하면 따가운 비판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개선과 변화를 얻을 수 있다.
김영현 소설가는 글쓰기를 통해 자기 해방, 자기 구원의 문을 열었다.
예전에 나는 어떤 정신과 의사로부터(그는 내 친구의 담당 의사였다) “말해 버리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충고가 사실이라면 나는 적어도 이 불쾌한 느낌, 혼자 어두운 방에 누워 있으면 영락없이 찾아드는 이 막연한 어둠의 기억으로부터 조금은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을 닫아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절박할수록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크리스천들은 절대적 출구가 있다. 하나님과의 소통이다. 이것은 소통의 완성일 수 있다.
최문자 시인<협성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