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필리핀대회' 꿈꾸는 선교한국 참가자들

입력 2010-08-04 16:40


[미션라이프] 지난 2일 저녁 ‘2010 선교한국대회’가 개최된 경기도 안산시 사동 안산동산교회(김인중 목사) 대예배실. 예배당 오른쪽 앞쪽엔 통역용 헤드폰을 착용한 외국인 10여명이 때마침 시작한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의 설교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창 말씀 듣기에 몰입해 있던 그들은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이 목사가 던진 농담 때문이었다.

필리핀 세부에서 왔다는 킴 본틸라오(38) 씨는 “외국인 참가자를 위해 통역을 너무 잘 해주고 있다”며 “농담도 놓치지 않고 통역해 준다”고 좋아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단체로 참가한 7명의 필리핀 그룹의 일원이다.

필리핀선교협의회(PMA) 소속 목회자 3명과 관계자 4명 등 필리핀 참가자들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말로만 듣던 한국교회 선교의 모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 지역 은혜성찬국제교회 담임목사이자 PMA 관계자인 제임스 분(51) 목사는 “한국 청년 학생들의 열정적 찬양과 기도 모습, 하나님께 헌신하려는 열망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전이 됐다”며 “나는 지금 도전적인 현장에 와 있다”고 감탄했다.

마닐라 은혜성경교회 호노리오 림링건(43) 목사는 3일 저녁 집회 도중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에서 앉고 서기를 반복했다. 청년들의 열기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였다. 어떤 장면을 찍었냐고 묻자 “젊은이들이 찬양하는 모습을 찍었다”며 “이들의 표정과 손짓, 움직임 모두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PMA 관계자들의 참가는 지난 6월초 한철호 선교한국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장이 필리핀을 다녀오면서 성사됐다. PMA를 비롯한 필리핀 선교단체들이 선교한국에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림링건 목사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 선교사 파송 규모는 2000여명 수준으로 전 세계 선교사 파송 규모 9∼10위를 차지한다. 필리핀은 장기 선교사 외에도 세계 각지로 흩어져 있는 근로자 중에 자비량 선교사와 일터 선교사들이 많다. 이들까지 합하면 수만 명에 이른다는 게 PMA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많은 필리핀 교회들이 세계 선교보다 교회 내부 활동에 전념하고 있어 선교를 위한 도전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머 베누스(47) 목사는 “언젠가 필리핀에서도 선교한국대회와 같은 ‘선교필리핀대회’가 개최될 것”이라며 “그 날을 위해 참가자들은 이번 대회를 열심히 보고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방문이 모두 처음이라 밝힌 이들은 인근 한양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매일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도 불편은 없다고. 본틸라오씨는 “한국 김치를 직접 맛보게 되어 기쁘다”며 “보기보다 훨씬 맛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출신으로 대회에 참가한 마리와 마리샤(21)씨는 동갑내기 친구 사이로 이집트의 전통 기독교인 콥틱 크리스천이다. 2년 전 한국에 온 이들은 전주비전대에서 컴퓨터를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전주 서머나교회(봉상태 목사)에 출석하는 청년들로 교회 후원으로 오게 됐다.

마르샤씨는 “이집트 기독교인들은 조용히 기도하는데 비해 한국 청년들은 큰 소리로 기도한다”며 “처음에는 놀랐지만 점차 분위기에 익숙해졌고 이젠 통성기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학생들과 함께 소그룹에 속해 활동 중이다. 한양대 기숙사에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새벽 5시에 기상, 6시30분부터 경건의 시간(QT)을 갖고 아침을 함께 먹는다. 잠은 밤 12시가 되어서야 잔다.

마리씨는 “큰 기대 없이 대회에 참가했으나 말씀과 기도를 통해 선교의 중요성을 배워가고 있다”며 “이집트에 돌아가서도 당당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선교한국대회는 한국 최대의 청년 집회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선교 축제로 손꼽힌다. 2002년부터 아시아 교회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국제적 대회로 확산되고 있다. 2007년 인도 나갈랜드에 이어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선교한국대회를 모델로 한 선교대회가 개최됐고 루마니아에서는 내년 4월 ‘선교 루마니아’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는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이집트 등지에서 25명의 외국인이 참가했다.

안산=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