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이틀 이란제재 동참 요구

입력 2010-08-03 22:20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이 방한 기간(1∼3일) 우리 정부에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천안함 외교전에 대한 전폭적 지원의 대가로 이란 제재 동참을 요구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인혼 조정관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란 제재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협의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 측 입장에 대한 배경 설명이 이뤄졌다고 한다. 미국은 ‘포괄적 이란 제재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오는 10월에 시행령이 나오면 협조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전날 외교부에서도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이에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는 “원유 수입이나 정상적인 무역 거래는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란 제재는 법률로 규정돼 있어 미국이 우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미국 압박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고민이 커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2005년 미국이 주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 관련 결의안을 우리가 찬성하자 이란은 그해 말부터 다음해 3월까지 한국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란 제재 동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란에 적대적인 유대계가 미국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란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사업을 접었고, 두산중공업과 대림건설은 공사가 한창이어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강행 중이라고 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30억 달러에 달했던 큰 시장이어서 업계는 정부와 국제사회 움직임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