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제재 4가지 포인트… 안보리결의+행정명령 ‘3種 종합세트’로 압박
입력 2010-08-03 22:22
로버트 아인혼 미국 대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의 방한이 3일 마무리되면서 미 정부의 대북 추가 제재 윤곽이 보다 분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복잡한 대북 제재의 요점을 주요 사안별로 정리했다.
◇대북 제재 어떻게 이뤄지나=3단계로 요약된다. 먼저 미국 정부는 불법 거래를 일삼는 북한 개인·기업·단체의 ‘블랙리스트’를 만든다. 미국이 그동안 축적한 자료는 물론 각국 정보기관·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다. 북한 관련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가 강점인 한국 정보기관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관측이 있다.
두 번째는 대북 관련 제도 정비다. 미국은 효율적 제재를 위해 북한 맞춤형 행정명령(대통령령)을 만든다. 이를 근거로 블랙리스트는 미국 관보에 공개돼 전 세계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 등에 알려진다. 이 대북 행정명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1874호 등 기존 제재를 집대성하는 ‘종합 세트’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해 이미 적용하고 있었던 ‘행정명령 13382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미국 정부가 각국 정부와 금융 당국을 대상으로 정치·외교적 압박을 가해 동참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편의상 세 단계로 구분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
◇실효성 있나? 중국 설득 지렛대는=중국 정부가 동참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중국 정부도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 제재에 거꾸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당국자는 “중국도 신중히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금융 시스템의 현실을 감안, 미국 금융 시스템에 접근 못하는 것은 자국 금융기관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금융기관에 대해 강하게 대북 제재에 따르지 말 것을 명하지 않는 한 중국 금융기관들이 대북 금융 제재에 동참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달 말로 예정된 아인혼 조정관의 중국 방문이 실효성을 가름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 유인책은 뭔가=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정부의 밑그림을 내놨다. 그는 북한이 태도 변화를 할 경우 제재를 취소하고, 에너지 등을 지원하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북한 정권 안보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북한 지도부의 당면 과제는 김정일 후계체제의 연착륙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성심을 얻어낼 수 있는 넉넉한 통치자금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도 중요한 과제다. 대북 제재 해제는 통치자금과 연계된 유인책이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안정적인 바탕 위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금융 제재 자체가 유인책이며, 그 효과가 클수록 북한 정권을 움직일 강한 유인책이 된다. 클린턴 장관은 2+2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와 영구 평화협정이 맺어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북 외교관 면책특권 제한과 여행금지=금융 제재와 별도로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제재다. 미국 정부는 북한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을 남용해 세계 각지에서 불법 거래를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금융 제재를 통해 북한이 행하는 재래식 무기, 위폐, 가짜담배 등에 대한 결제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한편 이와 관련된 북한 외교관들의 발을 묶어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클린턴 장관과 아인혼 조정관이 공언한 만큼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알려진 대북 행정명령과 별도의 규정을 만드는 것으로 설명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