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이번엔 ‘애그플레이션’ 파고 만나나
입력 2010-08-04 00:45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식탁물가 불안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소비 민감도가 높은 먹거리 값이 오르면 가계는 지갑을 닫고 씀씀이를 줄이기 마련이다. 하반기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억제를 정책 목표로 설정한 우리 정부도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상승) 방어에 나섰다.
◇“국제시장의 화두는 경기회복과 애그플레이션”=최근 원자재, 귀금속, 곡물 등의 국제거래 시장에선 두 가지 움직임이 포착된다. 우선 경기회복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이다. 위험자산을 피해 안전자산인 금으로 향하던 쏠림현상이 급격히 누그러지는 대신 구리 등 비철금속을 찾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런던금시장연합회(LBMA)에서 거래된 금값은 2일 현재 온스당 1182.85달러(현물 가격)로 불과 40여일 전 찍었던 고점에 비해 6%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제조업 경기회복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리의 경우 같은 기간 15% 이상 뛴 t당 7510달러로 올라섰다. 투자위험 회피 성향은 누그러지고, 경기회복을 낙관하는 세력은 강해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곡물시장이다. 기후 등 비경기적 요인에 휘둘리는 경향이 강해 원자재 시장보다도 변동성이 심하지만 최근 들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분석부장은 3일 “최근 소맥(밀가루 원료)에 대한 비상업적 거래 움직임이 순매수로 돌아서는 등 사재기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소맥 주산지인 러시아가 13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등 이상기후도 곡물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물경제 여파에 고심하는 정부=농산물 가격 불안은 그 자체로는 파급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맞물릴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경기회복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지구촌 식탁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뛸 경우 주요국 내수시장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소비자태도조사 결과 국내 가계의 미래에 대한 불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물가불안”이라며 “가계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느낄 경우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하반기 식탁발 물가불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배추, 무 등 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농산물에 대한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는 한편 계약 기간도 오는 15일까지로 한 달간 연장했다. 배추의 계약재배 물량은 당초 3만5000t에서 3만8000t으로 확대되고, 무의 경우 1만5000t에서 2만3000t으로 늘어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마늘도 올해 관세할당 물량인 1만4500t을 9월까지 앞당겨 들여와 가격 안정에 나설 것”이라며 “주요 산지국의 재해나 기후변화로 생산량 전망치가 변한 곡물에 대한 수급안정 관련 중장기 대책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