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월 중간선거… 오바마, 대기업들과 한판
입력 2010-08-03 21:3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치를 때까지 가장 거대한 적(敵)은 누구일까. 바로 미국 대기업들이다.
대통령은 개혁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영향력을 더욱 줄여야 하고, 대기업은 대통령의 반(反)기업적 정책을 무산시키기 위해 공화당에 의석을 더 안겨줘야만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대기업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거전에서 또 다른 혈전(血戰)을 치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업 정치자금의 최대 창구인 미 상공회의소(商議)는 중간선거용으로 7500만 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다. 2008년 중간선거 때 모았던 정치자금 35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이번 선거에 대기업과 보수단체들이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들의 목표는 공화당을 하원 다수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 의회에서 다수당과 소수당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하원 의장과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모든 상임위에서 다수를 차지한다. 의제나 법안 통과는 거의 다수당 뜻대로 이뤄진다. 대기업과 보수단체들은 이를 위해 중도 성향이 강한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나, 조금 더 밀어붙이면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상의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재계를 비방하고 정부지출 확대, 세금 인상, 대규모 재정적자, 일자리 파괴 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신랄히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반(反)기업적 대통령이라는 대기업들의 비난에도 금융개혁법안 처리에 이어 신용카드 개혁이나 근로자들의 소송권리 강화 정책 등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백악관도 상의의 경제정책 비난에 “중요한 조치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요즘 경제 관련 연설을 할 때마다 “미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대기업과 확실히 거리를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대기업 간 싸움에서 기업들의 막대한 정치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이나 금융개혁, 각종 규제법안 등이 발효됨으로써 대기업들이 패배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활동에 맞서 노조나 진보 성향 단체들은 민주당을 위한 정치자금 지출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 지원만큼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에도 ‘부시 때리기’ 선거전략을 십분 활용할 태세라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2일 전했다. 2006년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정이 민주당 승리에 단단히 한몫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부시 행정부 시절의 정책 어젠다를 상기시키는 발언을 하고 있다.
공화당 쪽에선 집권 2년이 다 돼가는 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경제정책 등을 운용한 만큼 그런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