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푸틴과 경쟁 않겠다”… “2012대선 누가 나설지 몰라”

입력 2010-08-03 18:29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둘 중 한 명만 대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에 머물고 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현지 기자들과 만나 “가까운 세력과의 경쟁은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권력 투쟁은 러시아를 나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012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대선에 나설지 모른다”며 “내가 될 수도, 푸틴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과 나, 그리고 나의 후임자는 국가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에 따라 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와 푸틴은 끈끈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 노보스티는 둘의 관계를 “두 사람이 함께 운전하는 자전거와 같다”고 표현했다.

현재 푸틴 총리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국민 지지율 60%를 웃돌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꾸준히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 실시한 레바다 센터의 여론조사에선 러시아 국민들이 메드베데프와 푸틴 모두 2012년 대선에서 크렘린궁의 주인이 될 동등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 모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으로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법대를 나왔고, 90년대 초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에서 함께 일했다. 푸틴은 헌법상의 3연임 금지 조항으로 2008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지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