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美 경제 완전회복 가야할 길 멀어”

입력 2010-08-03 18:28

미국 경제 회복이 V자형이 아닌 U자나 W자처럼 느리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은행의 실적이 큰 폭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2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오히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새로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는 다음주 Fed 관료들이 만나 부동산 담보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미 연방정부의 국채나 금융권의 부동산 담보 채권을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 상반기 대규모 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경기회복세를 주도했던 Fed가 채권을 현금으로 회수하는 대신 다시 채권 매입을 하는 것이다.

중앙금융기관의 채권 매입은 시중에 현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경제 상황이 나쁠 때 취하는 조치다.

WSJ는 “Fed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끝난 지 4개월밖에 안됐는데 다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은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2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완전한 회복을 얻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이자율 인상이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이자율 인상은 경기가 회복될 때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시중 돈을 거둬들이는 조치다. 이자율을 올리지 않는 것은 경기회복이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

경기침체는 이번 주말부터 발표될 몇 가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올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각각 2%를 밑돌고,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경제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는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업체인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과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테퍼, 앨런 포니어 등은 아예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대비해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그로스 회장은 지난 2년간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0.1% 하락(연율 기준)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디플레이션은 지적 호기심의 주제가 아니라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