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이어 박삼구 금호회장 다시 경영일선에… 잇따른 ‘오너 복귀’에 엇갈린 시선
입력 2010-08-03 21:28
대기업 총수들의 잇단 경영 복귀에 쏠리는 재계 안팎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확고한 리더십이 위기국면 탈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경영 실패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는 것. 올 들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이 경영 복귀를 기정사실화해 주목을 끌었다. 박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 선언은 지난해 7월
‘형제의 난’으로 물러난 지 1년여 만이다. 그간 그룹을 이끌었던 박찬법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위기 극복 위해 컴백=대기업 총수의 경영 복귀를 재계에서는 ‘왕의 귀환’으로 부른다. 지난 3월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퇴진 23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박삼구 회장 동생으로 그와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같은 달 복귀했다. 왕의 귀환 사례는 올해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등도 비자금 사건의 후유증으로 잠시 내놓았던 경영권을 다시 거머쥔 적이 있다.
총수들의 경영 복귀 명분은 대개 ‘위기 극복’이다. 이건희 회장은 복귀 일성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이 10년 뒤엔 사라진다”며 특유의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박삼구 회장의 경우도 유사한 명분을 내걸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이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는 등 전반적인 사정은 좋아졌지만 여전히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엇갈리는 반응들=오너의 귀환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임직원들은 대체로 환영한다. 오너 리더십으로 새로운 구심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확실한 리더가 자리를 지키면서 ‘이렇게 가자’고 하면 조직원 입장에선 안정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의를 빚고 물러난 총수가 다시 복귀하는 데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자본주의 주식회사에서 일부 지분을 가진 창업주 일가가 경영에 돌아오는 것은 기업을 개인이나 가문의 소유로 여기는 전근대적 의식”이라고 비판했다. 스스로 노출한 문제 때문에 물러났기 때문에 경영 복귀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도요타 사례를 들어 오너 경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오너 일가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부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정작 도요타 사태가 더 커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