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北 제재 앞서 국제공조 수위 확인해야
입력 2010-08-03 17:47
미국의 대북 추가 금융 제재 조치가 곧 시행에 들어간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은 “수주 내에 사치품 거래와 위폐 유통 등 북한 지도부의 불법 활동에 연루된 북한 기관과 기업, 개인의 블랙리스트를 공개하고 이들의 자금줄을 차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천안함 사건 후속 조치로 이뤄지는 이번 금융 제재는 김정일 정권의 통치 행위에 들어가는 자금과 물품을 철저히 차단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성과를 거둔다면 북한 당국에 상당한 고통이 될 것이다. 2005년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는 큰 효과를 봤다.
중요한 것은 국제 공조다. 이번 제재 방안을 담게 될 행정명령의 경우 제3국 금융기관에는 구속력이 없다. 미 당국은 국제 금융권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감안할 때 제3국 금융기관들이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한·미 두 나라는 북한이 테러국가임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관련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제재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요 금융 거래가 대부분 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럽에 있던 비자금을 중국 내 소규모 은행으로 빼돌려 가·차명 계좌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인혼 조정관이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드는 중국을 한·미 양국이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금융 제재 성공의 열쇠라 하겠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이 금융 제재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북핵 6자회담 재가동에 관심이 많다. 북한은 금융 제재 탈출 전략으로 6자회담 재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금융 제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이 언젠가 필요하긴 하지만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회담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미국 측에 주지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